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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3. 2018

전 겪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 폭력의 상황들을

2016년 9월 19일

입 닫고 (키보드 밀어놓고) 면벽수련하는 중입니다.     


한국 드라마 미생 보다가 충격 먹었던 부분이, 무려 "좋은 역할"로 나오는 오 과장님도 소리를 지른다는 건데 - 제 십몇 년 직장 생활 중에 저에게 (혹은 그 외 부하 직원에게) 소리 지른 사람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회의에서 약간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는 있었고, 분노가 분명한 얼굴도 몇 번 봤으나, 소리 지르는 상사는 장담하고 단 한 명도 못 봤습니다.     

W 드라마 보다가 또 충격. 의사들인데 아랫사람에게 소리 지르고 협박하고 권위로 누르고 가벼운 폭력까지. 이게 가능하다는 데에 놀랍니다.     


얼마 전에 성생활에 대한 글 올렸다가 피드백 받고, 여러 분들에게 의견 듣고, 너무 쇼크 먹어서 데꿀멍이 되었습니다. 콘돔 안 끼는 남자, 아프다는데 성행위 강요하는 남자, 그 외 말하기도 힘든, 성 학대에 가까운 일이 너무나 일상적이고 아무렇지 않다는 데에 놀라고, 저는 잘 모르는 주제에 어쩌면 '그래도 남자들 이해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는 글로 2차 가해한 듯하여 부끄럽고 뭐 그랬습니다.     


전 겪은 적이 없습니다. 아프다는데, 싫다는데 관계를 강요하는 남자를 겪은 적도 없고, 저를 앞에 두고 지인들이 그만 먹어라 살쪄라 어떻게 시집갈래 한 적도 없으며, 대놓고 여자라 차별하는 상사나 동료도 없었습니다. 온라인으로 폭언과 협박은 좀 봤으나 실생활에 해는 없었죠. 이야기는 많이 듣고 보고 읽지만, 그래도 역시 제가 직접 당한 일은 아니라 뜬구름 잡는 소리도 많겠죠.     


페이지 구독자 수 늘어나면서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확 그냥 엎어버리고 튈까 (...) 유혹이 심하게 드는데, 이번은 정말 근본적인 회의가 들어 잠시 쉽니다.     


Existential crisis, 중2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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