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1일
난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열혈 워킹맘이다. 첫째 낳고 유급 산휴 받았으나 삼 주 만에 석사 수업 들으러 통학 세 시간 길에 버려가며 대학원 다녔고, 둘째 낳고는 양수 터질 때까지 무리해서 일하다가 입원 며칠 하고(양수 없는 채로 항생제 먹어가면서 -_- 이게 가능하더라고요. 양수 터진다고 꼭 애 나오는 거 아님), 퇴원해서 집 이사도 하고, 이사 끝나고 한 시간 후에 결국 응급 제왕절개 하고, 그러고 나서 이 주 만에 다시 출근했다. 돈 잘 번다. 일 잘 한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출근하는 게, 공부하러 나가는 게 훨씬 쉬워서 그랬다. 수술하고 입원해 있으니 한여름 젖몸살에 잠은 안 오고 애는 울고, 미치고 환장하겠더라. 겨우 집에 와도 잠은 제대로 못 자고 아이 보는 거 장난 아니고 무엇보다도 일상생활이 완전히 통제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 참기 힘들었다. 친정어머니가 몇 달 와주셔서 그나마 편하게 지냈는데, 세상에 제일 편한 건 에어컨 되는 직장 나가서 내 편한 의자 앉아서 방해 없이 업무 보는 거였다. 두 시간마다 유축만 하면 되고 화장실도 내 맘대로, 정말 피곤하면 구석 사무실에서 살짝 눈 붙여도 되고(물론 내 직장이 아래 글에서 올린 것처럼 편하고 좋고 많이 편의 봐주는 곳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어느 날 아이 학교가 무슨 이유 때문에 갑작스레 닫아서 재택근무 하던 중 아이 손 잡고 가게에 나갔다. 음료수도 하나 뽑았다. 머리는 엉망이고 옷은 츄리닝.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팔자 좋게 남편 만나서 대낮부터 커피 빨고 있다 할 수 있겠더라. 애 낳았다고 자기 관리도 못 한다 욕할 수 있겠지.
일인데 인정을 못 받는다. 나도 퇴근하면 그냥 멍때리고 싶은데 집안일 상당히 많다. 애들이 좀 커서 쉬워졌지만 그래도 많다. 난 오페어 아가씨도 있고 해서 팔자 좋은 여자인데도 내 그릇이 모자라서 그런가 난 무지 힘들다. 혼자서 집에서 애 둘 보는 여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나 싶다. 하지만 그런 여자들보다는 어쨌든 월급 받는 나 같은 여자에게 더 열심히 산다고 해주더라. 내가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나가는 건 당당한 직장 여성의 점심시간이지만 엄마 모습으로 오전에 커피샵 있으면 팔자 늘어진, 남편 등골 빼먹는 여자라 하더라.
그리고 그 잣대는, "돈 얼마 버냐"이다.
http://www.huffingtonpost.kr/dyna-han/story_b_120809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