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4일 ·
양파 너는 뭘 그리 끊임없이 여혐 글 올리냐 하실 분들께.
지난 글 몇 개 올리면서 남자분들 구독 수가 확 떨어지더군요. IT 계 잡담 글이 올라오다 보니까 75% 가 남자분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여혐 관련 글 올리는 거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구독수가 줄어들까봐가 아니라, 지난 십 년 동안 블로그 하면서, 조금이라도 이에 관련된 의견을 피력할 때 어떤 피드백이 오는지, 어떤 쌍욕과 협박이 날아오는지 아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래서 얼마 전 페이스북으로 옮겼는데 역시 페이스북은 최소한 글에 달리는 댓글에는 쌍욕 협박 없네요. 좋습니다. (아주 솔직히 말해서, 블로그 하면서 험한 남성분들의 댓글에 대해 완전 포비아 생길 뻔 했는데 페북 와서 무지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오오 강하게 반대하더라도 의견을 예의 갖추고 쓰시는 남자분들이 오히려 많구나!?? 왜 난 몰랐지???)
여혐 문제는 단지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미 저 이전의 페미니스트들이 이미 극하게 싸워준 나라에서 살다 보니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이 둘 낳으면서도 큰 제약 없이 좋은 직장 다니고 있고, 극도로 심하게 남초인 직장 다니면서도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글 하나 쓰는 거 가지고, 내 직장이나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 거의 영향 가지 않는데도 멀리 사는 사람들의 욕설 협박 정도에 입을 닫아 버리니 실제로 당할 확률 있는 사람들은 더 그렇겠지요. 그렇게 매번 말을 안 하고 피해버리니 더 이번 일이 "아니 도대체 왜들 그러는데??" 로 보일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인기나 댓글 수 노렸으면 변방에서 작은 블로그하면서 숨어있지 않았을 거고, 그나마 고정 독자 좀 생긴 블로그 폭파하고 페북에 지인들만 초청해서 페이지 열지 않았을 겁니다. 이전에는 기고 요청 들어와도 피했습니다. 내가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다고 봐서입니다. 이번에도 그런 생각이 들어 피하고, 지인들만 글 나누려고 하다가 맘 고쳐먹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생활하는 분들보다 훨씬 덜 위협받는 위치에서, 후세대를 위해 싸워준 페미니스트 분들 덕분에 편하게 직장생활 하는 주제에 내가 조금 할 수 있는 것까지도 좀 불편하고 욕먹을까 무서워서 안 하면 양심불량인 것 같아서요.
Pay it forward.
좀 긴장하면서 글 올렸지만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