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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7. 2018

두 명을 차단 했습니다.내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2016년 11월 26일

하루에 두 명을 차단했다. 오랜만에 페이지 차단 리스트 보니까 총 마흔 명이다. 이전 한 모 씨 대란 때 몰려와서 깽판 놓은 열 명 정도 한꺼번에 차단 한 거, 가끔 달리는 스팸 댓글러 차단이 열 명 정도. 내가 댓글 보고, 혹은 메시지 받고 차단한 사람은 스무 명 정도다. 구독자의 0.1% 정도. 천 명에 한 명. 

    

난 글을 엄청 빨리 쓴다. 글 하나에 30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아주 드물고, 그냥 앉아서 다다닥 타이핑하는 속도 정도니까 약 15~20분 정도(물론 그래서 퀄리티가 폭망...). 이건 내가 나 자신과 오래전 한 약속 때문이다. 다시는 글에 내 인생 잡아먹히지 않겠고, 글 꼭 쓰고 싶으면 가볍게 쓸 수 있는 블로그 글만 쓰자, 하루에 너무 많은 시간을 글 생각하는데, 글 쓰는 데 보내지 말자라는 약속이었다. 아니 나도 먹고 살아야죠. 난 애도 둘 있는 엄마고 주부라고. 출퇴근도 왕복 두 시간 걸려요.     


그리고 나는 공대녀니까 효율성 늘 계산한다. 글 쓰는 데 20분인데 댓글 놀이 하기 시작하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거 완전 순식간이다. 그래서 지난 십 년 넘게 면벽, 아니 면댓글 수련을 많이 했다. 댓글 달고 싶어도 안 단다. 내가 독자라면 누구 댓글은 답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는 거 상당히 열 받을 테니까, 아예 그냥 다 안 하든지, 하나 달기 시작하면 그 포스팅의 댓글엔 답글 싹 다 달든지, 웬만하면 둘 중 하나로 간다. 그리고 독자들이 나에게 이런 글을 써라 요구하지 않듯이, 나 역시 독자들에게 내 마음에 드는 댓글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그냥 넘어간다. 반대 의견도 좋고 이건 좀 아니다는 댓글도 그렇다. 그중 내가 특히 피하고 싶은 건 반대 의견에 발끈해서 키배 뜨는 비생산적인 행동.     


이건 좀 내 비관적인 성격 탓인데,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글 한두 개 접하고 영 핀트 안 맞는 댓글을 달았다고 할 때, 내가 이 사람에게 설명해서 설득시키는 건 성공 가능성도 낮고 시간도 너무 많이 든다. 차라리 비슷한 반응이 많이 보이면 그걸 분석해서 답 포스팅을 올리는 쪽이 훨씬 시간 효율적이다. 내가 글을 거지같이 써서 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고, 그 사람의 독해 실력이 떨어져서일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지 원글 쓴 시간보다 더 들여서 몇몇 사람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건, 내가 오해받았다는, 이 사람이 날 무시한다는 울분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난 건망증이 거의 반사신경인 수준의 사람. 아무리 열 받아도 5분 딴짓 하면 분노나 답답함이 보통 증발해 있다.     


그렇지만 누구나 역린은 있는 법이다. 내가 차단 먹인 사람들은 보통 욕설이나 공격, 혹은 다른 의견 때문은 아니고, 내 시간 잡아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 이름 태그해서 양파 너 당장 나와서 나한테 설명해 뭐 이런 사람들. 

네 뭐 당신 시간 들여서 와서 읽어주신 건 감사합니다. 읽어달라고 부탁 안 했지만. 

시간 들여서 댓글 남겨 주신 것도 감사. 남겨 달라고 부탁은 안 했지만. 

글 마음에 안 든다면 네 뭐 당신 의견도 소중한 데이터 포인트입니다. 접수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양파 너 이제 구독 끊는다? 나한테 일부러 말해 주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아 네 뭐 그러세요. 안 나갑니다. 잘 가세요. 


그렇게 넘어가는데, 가끔가다 너무 좀 아니다 싶어서 답글 달아주면 (이게 보통 제일 큰 실수) 아싸 하고 덤비는 사람들 있다. 거의 백이면 백, 원글 제대로 안 읽은 사람, 핀트 안 맞는 댓글 단 사람에게 댓글 달아서 좋은 결과 별로 없다. 그리고 댓글 한두 번 달고 그만두면 자기의 논리로 날 물리쳤다고 (...)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꾸 나오라고 부른다. 아 귀찮아. 좋은 독자님들과 대화하는데 쓸 시간도 모자라는데 내가 왜 본문 쓴 시간보다 더 들여서 독해 능력 부족한 사람, 얘기해 봐야 서로 이해 안 될 사람을 상대하고 있지? 난 본문 쓰는 시간도 아까워서 통곡하는 사람이오. 그래서 댓글 보고 혹시 내가 전에 그에 대해 쓴 글 있으면 링크를 다는데 그걸 보고 지난 24시간 두 사람이 예의 없다고, 상처받았다고 버럭하더라고. 아니 난 당신 댓글을 읽었고, 당신 댓글에 답하는, 이미 써둔 글이 있어서 링크를 줬소. 좋은 댓글 남겨주신 분들에게도 답 안 한 상태에서 당신한테 시간 들여서, 이미 써놓은 글도 있는데 다시 찬찬히 설명해야겠소? 그건 불공평하잖소. 그래도 예전에 쓴 글로 답 했는데도 "읽어보진 않았는데 너 성의/예의 없다"라고 버럭? 하여튼 그래서 이런 사람들 하고는 시작을 하면 안 됨. 워킹맘에게 시간 뺏어먹으려는 당신, 그리고 내가 당연히 그걸 해줘야 한다고 믿는 당신, 그러면서 내 인성 논하는 당신. 내 더러운 인성 확인시키는 겸 차단.     


결론. 

댓글 다실 때 아, 이건 좀 아니다라는 댓글. 감사히 받습니다. 양파 너 이거 오해했다, 틀렸다 이런 댓글도 아주 재미있게 읽습니다. 욕하는 사람들도 사실 거의 차단 안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핀트 빗나간 분노 댓글 + 인신 공격 + 게다가 친절하게 답으로 예전 글 달아줘도 "안 읽었지만 어쨌든 너 성의 없다 빨리 나와서 나한테 설명해" 콤보는 차단합니다. 내 시간 뺏으려면 입금부터 먼저.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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