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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Dec 31. 2017

예술이라는 허울로 여성은 착취되고 소모된다

2016년 12월 7일

몇십 년 전에 한 이태리 감독이 48살의 남자 어른과 19살의 여자아이가 연애하는 영화를 찍었다. 아버지가 없이 자란 여자아이는 열다섯에 집을 나가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운이 좋게 영화 관계자와 연결이 되어서 열아홉에 큰 역할을 맡게 되었다. 나이 많은 남자와의 외설적인 관계가 주 내용이었다.

     

촬영 중이었다. 48세의 대선배 남자는 갑작스레 여자를 붙잡고 버터를 엉덩이 사이에 밀어 넣으며 항문 안까지 들어갔다. 대본에는 전혀 없는 내용이었다.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고 있었고 감독이며 그 외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19세 여자는 정말 놀라고 당황하고 무섭고 부끄러워 소리치고 울었고, 48세 남자는 여자를 잡아 누른 채로 엉덩이를 움직였다. 감독은 나중에 남자 배우와 아침에 둘이 계획을 했다고 고백했다. 굴욕감을 느끼는 "연기"보다는, 진짜 실제로 여자가 굴욕감을 느끼는 장면을 잡고 싶어서 미리 말 안 하고 벌인 일이라고.    

 

여자는 사전 동의나 경고 없이, 남자 배우가 억지로 엉덩이를 까고 버터를 억지로 항문에 집어넣고 그 위로 올라타 항문 성교 흉내를 내는 장면을 찍혔다. 여자는 그때 어디까지 갈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쇼크와 두려움과 수치심으로 우는 장면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그게 온갖 영화제에서 상을 타고, 그 감독의 대표작이 되는 과정을 다 지켜보면서 여자는 남자배우에게서도, 감독에게서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 진짜로 성기가 항문에 들어간 건 아니니까, 그 정도 "예술"을 만들어내려면 그럴 수도 있다는 식이었다. 19살이었던 어린 여자는 그 후 약물중독, 정신질환 등으로 한참을 고생했다. 당신이라면 그렇게 강간당하는 장면이 영화사의 한 장면으로 남아 두고두고 회자되고 상영되는 것을 참을 수 있었겠는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엄청나게 오래전이고 보수적이었던 1970년대인데.  

   

2007년, 무려 35년이 지나서야 그 여자는 그 장면을 동의 없이 찍었음을 말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암으로 죽었다. 그때만 해도 아무런 이슈가 되지 않았다. 2013년, 그 감독은 그때 일을 회상하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에게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고, 그녀는 아주 오랜 시간을 고생하다 죽었을지 모르지만 감독이야 뭐 그래도 자기 커리어에 큰 획을 긋는 영화를 만들었으니 후회 같은 거 할 일 없다는 거겠지.     


19세 여자의 실제 공포와 수치심을 리얼하게 담아내어 예술 하겠다고 진짜로 성폭행한 영화계. 과연 50년 지난 지금은 나아졌을까. #영화계_내_성폭력 보면 아닌 듯.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은 착취되고 소비된다.     


그 시절에 이런 영화, 항문 성교나 지금 동성애나 비슷하게 터부시된다고 할 때 우리 달리 생각해보자. 한참 창창하고 순진한 고3 어린 남자 배우를 48세의 영화계 대선배 남자와 유명한 감독이 미리 말 안 하고 힘으로 제압하면서 강간하는 장면을 찍었다, 그리고 정말 놀라고 무서워서 우는 고3 남자애의 얼굴이 나오는 그대로 풀어서 천만 관객을 찍고 온갖 영화상을 탔다. 이건 예술이니까 허락해야 하는 부분인가? 고3 남자아이는 그 이후로 방황하며 약물중독 등에 시달리고 정상 생활이 불가능해도, 감독은 예술 했으니까 땡인가? 사과할 필요 없는가? 어쨌든 그 아이는 떴고, 실제로 삽입은 없었으니까 괜찮은가?

     

덧: 

이 뉴스가 화제가 되자 감독은 강간 신은 그녀도 알고 있었던 거고 단지 "버터"를 쓸 걸 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3년에 한 인터뷰 보면, "연기가 아닌 실제 수치심과 분노를 담고 싶어서 말을 안 했다"라고 해놓고, 지금 와서 "버터"만 얘기 안 한 거고 다른 건 다 미리 얘기해서 동의받았다고? 2011년에 이미 고인이 된 여배우니 아무말대잔치해도 된다 생각했나. 생을 마감하기 전에 그 여배우는 그 장면이 대본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 끝까지 뻔뻔하구나.     


감독 인터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021jNOEVy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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