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9일
"로타식 사진이 범죄도 아닌데 왜 그러냐, 살인하는 게임 한다고 살인 많이 하냐? 섹시 미성년자 좋아한다고 성범죄자 되냐?"
오늘발 아무말.
살인하는 게임 한다고 살인 많이 안 합니다. 그런 충동은 더 들 수 있겠죠. 하지만 실제 범죄로 이어진다고 하긴 힘듭니다. 왜냐면 우리 사는 세상에는 법이 있고 경찰이 있고 사람들은 머리가 있거든요. 그런데 왜 섹시 미성년자 사진가지고 뭐라 하냐 하면, 미성년자 상대 상황에서는 법과 경찰이 먼 경우가 많고, 윽박질러서 넘어가기도, 아니라도 둘러대기도 쉽고, 사람들은 머리가 있어서 그걸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 죽은 것보다 성추행, 성희롱은 훨씬 더 숨기기가 쉽죠.
로타 스타일의 사진이 유행하고 그런 미성년자틱한 이미지에 성욕을 느끼는 것, 예쁘게 보는 것이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그에 익숙한 사람들은 다른 미성년자를 보고 성욕을 느껴도 아 뭐 이건 정상이야 다들 그래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그런 정서가 확산됩니다.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기획자는 걸그룹 콘셉트를 잡을 때 순하지만 섹시한 콘셉트가 잘 먹힌다고 계산합니다. 이제 그런 걸그룹이 넘쳐나고,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그런 여성 이미지를 소비하고 정상으로 받아들입니다. 아직도 범죄는 없습니다.
자, 편의점 알바 하는 십대 여고생은 30대 사장님이 작업을 거는 것이 싫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필요합니다. 사장님이 데이트 신청을 하고, 오늘 너 섹시해보여 어쩌고 합니다. 우연인 척 신체 접촉도 합니다. 십 대 미성년자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고 보편화 되었으니 괜찮다고 정당화된 사회의 한 면입니다. 이것을 쉽게 막을 법은 없습니다. 경찰도 헐레벌떡 쫓아오지 않죠. 데이트 신청으로 고소할 수는 없고, 좀 더 끈적하게 작업을 걸어도 증거 모아 처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잘나가는 학원에 다니는 학생에게 유명한 학원 선생님이 너 이쁘다, 내가 너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등등의 추파를 건넵니다. 이 학원 선생은 친구들에게 "산삼보다 고삼"같은 농담을 듣고, 가르치는 십 대 여학생들에게 성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괜찮다는 식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은근히 섹시함을 드러내는 걸그룹에 익숙해져서, 선생님 선생님하면서 따르는 여학생들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나이 차이 얼마 안 나니까 작업 걸어도 될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게 됩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걔가 먼저 꼬리 쳤다고도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그런 식의 미성년자 이미지를 소비해왔으니까요. 또 그 변명을 듣는 사람들 역시 비슷한 이미지를 소비해왔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멍하니 정신 빠진 얼굴로 팬티를 드러내놓은 여자애들 많이 봤거든요. 여기에도 역시 법은 없고 경찰은 없습니다. "너 이쁘다, 내가 너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정도로 사법 처벌 가능할까요?
미성년자를 성대상화 하는 문화가 멀쩡한 사람을 변태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욕망이 있는 이들에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하고, 특히나 약자인 미성년자와 1:1의 상황일 때 '들키지 않으면 되고, 들켜도 큰 문제 안 되겠다'며 머리를 굴리게 만들고, 그런 짓을 하고서도 미성년자가 유혹했다는 식의 내러티브가 먹히게 만듭니다. 얘도 같이 즐겨놓고 그런다는 식으로 말해도 그럴듯하다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생깁니다. 피해자가 고발해도 '그럴 수도 있지'가 됩니다.
그래서 옳지 않다는 겁니다. 아니 근데 진짜 이 교과서적인 말까지 해야 하나.
덧1:
그런 걸그룹이 인기를 얻고, 위문공연 가고, 그게 '보상'처럼 받아들여지고, 그렇게 해야 사랑받는다는 가치관을 배운 어린 여자아이들은 걸그룹 섹시 댄스를 추면서 '난 아무것도 몰라요'의 수동적인 예쁜 인형이 되려고 하고, 이 콘셉트가 먹힌다 싶으니 다른 여자 연예인들도 무력한 십 대 인형 콘셉트 화보를 내놓고, 열심히 살아보자고 노력하고 자기 삶 개척하는 여자는 기센 여자가 되고, 예뻐해 줄 남자 하나 구하면 되는 분위기가 되고... 아니 근데 한국 여자는 왜 이렇게 의존적이에요?? 욕 듣고;;
덧2:
어제 그 글, 조회수 30만 찍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거라서 정말 별생각 없이 5분 만에 쓴 글인데 그래요. 구독자는 80명 줄었고 (새로 오신 분도 많아요!), 제 페이지에서는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까여서 아무리 닉넴 양파라지만 좀 피곤하네요. 그리고 새삼스레 놀랍니다. 그게 당연한 말이 아니었구나. 이게 무려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이구나. 와, 정말 늘 새롭게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