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0일
우울한 얘기 하는 김에 하나 더. 탑 테크 회사는 면접을 어떻게 보는가.
신뢰도 확보 위해 잘난척부터. 난 마소 4년 다녔고, 같이 일했던/일하는 애들 수십 명 다 구글 아마존 페북 거쳤거나, 거기로 갔거나 한 애들이다. 면접관 질리게 했다.
딴소리 먼저.
더 이상 유명한 배우가 나선다고 흥행 보증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 자주 들었을 거다. 요즘 세상이 그렇다. 예전에는 진입하려는 이들에게 장벽이 꽤 높았으나, 그 말은 바로 장벽 안의 이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xx가 되기는 쉽지 않지만, 한 번 xx가 되면 이름 쌓고, 경력 쌓고 (아님 그냥 호봉 쌓으면서) 그걸로 꿀 빨기 쉬웠단 말이지. 동네 A에서 잘 알려진 사람은 동네 B 에서 알려지기는 좀 힘들어서 동네 B의 그리 잘나지 않은 사람들도 먹고 살수 있었다.
하지만 중간 유통 장벽이 확 무너져버렸다. 호텔 세우고 운영해야 하는 장벽 대신 에어 비앤비로 아무나 호텔 비슷하게 돌릴 수 있고, (런던에서는) 택시 기사 시험 힘들게 쳐서 비싸게 택시 등록하는 대신 그냥 차 있으면 우버 통해서 일하면 된다. 어차피 소비자는 큰 신경 안 쓴다. 기자 되려고 관련 학과 나와서 시험 쳐서 신문사 들어가서 경력 쌓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글 써서 이름 더 날리는 블로거들 널렸다. 대중, 곧 소비자는 원하는 것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빼먹을 수 있게 됐고, 그건 공급자의 파워가 확 줄었다는 말도 된다. 예전 같으면 XX일보 과학부 기자가 보도해줘야 홍보됐을 거를, 글 잘 쓰는 과학자가 페북/트위터/블로그/인터넷 신문에 올려서 확 공론화할 수 있거든. 어차피 기사 보는 대중 입장에서는 좋은 글 더 나오면 좋은 거고.
테크 시장이 그렇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골은 똑같다. 실력있는 사람 구하는 거다. 과거에는 실력있는 사람들의 통일 마켓이 없고, 실력 테스트도 쉽지 않으니까 실력을 대신할 지표를 몇 개 골라 그걸로 대신했다. 학벌, 학점, 경력. 그런데 경력도 사실 재기가 힘들기 때문에 과거 무슨 회사에서 일했는지, 무슨 직급이었는지를 참고해야 하나, 회사마다 시스템이 상당히 달라서 쉽게 영입할 수가 없었다.
요즘엔 그런 지표 거의 안 쓴다. 아니, 쓰긴 쓰는데, 훨씬 효용도가 떨어진다. 하버드/MIT 컴퓨터 사이언스 졸업한 애랑 듣보잡 다른 대학 졸업한 애랑 무슨 차이일까? MIT는 온캠퍼스 리쿠르팅 이벤트가 있고 듣보잡 대학은 없다. MIT 졸업생은 인사과 서류통과는 확실히 한다. (지가 서류 안 넣어도 인사과에서 알아서 추려서 연락한다;;) 그게 다다. 인사과만 통과했다면, 두 사람 실력이 같다는 전제 하에 확률은 같다. "똑똑해 보인다"로는 안 되기 때문에 MIT 졸업했다는 첫 인상에 좀 가산점 줄지 모르나 진짜 정말 확률은 비슷하다.
그런데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 취업 훨씬 잘 하던데요라는 말 자주 듣는데.
당연하지.
테크 시장에서 제일 강력한 무기는 실력이 아니라 인맥이거든.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실력은 재기가 힘들다. 인터뷰하는 회사들도 다 잘 안다. 그렇게 인터뷰 많이 보고 해도, 일은 몇 달 시켜봐야 실력이랑 성격이랑 일 잘 하는지 어쩐지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왜 인맥이 중요하냐고.
우리 회사에서 지금 일하는 사람과 같이 일했던 사람이라면, 실력에 대한 확실한 피드백이 있거든. 추천인 실력이 좋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얘도 잘 한다 하는 사람이라면, 그러면 인사과는 기본 통과다.
한국 사람들이 여기까지 얘기 들으면 "오 그러면 좋은 회사 다니는 사람한테 추천 넣어달라고 하면 되겠네요??? 이 사람 잘 한다고 말만 해주면 되잖아요!!"
아뇨.
실력이 제일 중요하다니깐. 만약 당신이 면접 통과할 만큼의 실력이 있다면 그래도 되는데, 그 정도의 실력 없다면 추천해봐야 소용 없다. 어차피 추천한 사람은 인터뷰에 참석 못한다. 뻥카로 자꾸 추천하는 사람이라면 인사과에서도 걸러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인맥'은, 그 사람을 알게 되서 인사하고 술 마시고 페북에서 친추하고 라이크 누르고 그런 인맥이 아니라, 실력 있는 사람하고 같이 일하면서 서로 일 스타일도 알게 되고 그 사람이 당신을 존중하게 되었다는, 그런 인맥이다. 그런 사람들 둘 셋이 좋은 테크 회사 박혀 있으면, 그리고 인터뷰 통과할 실력 되면, 향후 십 년 일자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아 뭐야 그럼 결국 실력 있어야 한다는 거잖아?"
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좋은 대학 가면 좋습니다. 좋은 대학에는 똑똑한 사람, 실력있는 사람도 많으니까 같이 일하면서 그런 단단한 인맥 쌓기도 좋지요. 학점 좀 좋은 것보다, 해커톤이나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다른 똑똑한 실 력있는 사람들 만나고 같이 일하는 게 훨씬 도움 됩니다. 그거 하세요.
하지만 좋은 대학 아니라면?
실력 있다면 최근 시세는 당신에게 훨씬 유리하다. 인사과만 통과하면 된다. 한국 아닌 이상 대학 안 본다. 그러나 경력 없이 인사과 통과하려면 다른 내공은 좀 있어야 한다.
제일 빠른 방법?
알고리듬 대회 우승. 아니면 뭐 탑코더 정도에서 랭킹 먹던가. 아니면 오픈소스 유명한 프로젝트커미터로 업글하던가. 방법은 많다. 중졸, 아니 초졸이어도 상관 없다. 진입 장벽은 사라진지 오래고, 학벌처럼 시간 오래 걸리는 우회적 방법 외에 훌륭한 방법 많다. (거듭 말하지만 좋은 대학 갈 수 있으면 가면 좋다. 좋은 기회도 많고 동료도 많고 선배고 많고 등등) 구글 코드 잼 탑 x 에 들면 그다음 날 오퍼 올 걸. 비자? 해결해준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Kaggle 좀 빡센 컴페티션 우승하면 곧바로 전화기 불나고 최대한 빨리 모셔갈 걸.
그런데 태생부터가 다른 존잘들 말고 당신과 나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차라리 서울대 들어가는 게 쉽지 구글 코드잼 우승... 음. 말을 말자. 문제는 좋은 회사들은 매해 개발 실력 있는 애들을 전세계에서 빼가는 방법에 점점 더 빠삭해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학벌이 없는 경우에는 실력+인맥이 확실하다. 알고리듬 대회 우승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실력이라도, 내 실력 인정해줄 수 있는 옛 동료가 여기저기 퍼져 있는 게 승률 제일 높다. 학벌 있고 관련 경력 있다면 인사과만 통과하면 된다(어렵지 않다). 어차피 면접이 제일 중요하다. 면접에서 아슬아슬하다면, 잘 아는 동료 없는 사람보다는 "얘 진짜 일 잘 해" 말 한마디 더해주는 동료가 있는 당신이 통과다.
자, 여기까지는 신입 및 경력 5년 이하 얘기였고.
그 이상이라면?
기득권 쌓아 올리기는 포기해야 한다. 경력 5년이라고 대접해주는 거 없다. 오히려 더 잔인하다. 신입 때야 실무 경험 없어도 알고리듬 면접 실력== 가능성으로 보고 좀 봐주는데 경력직이라면 그걸로 안 된다. 5년 경력에 대응하는 실력과 좋은 경험이 쌓였다면 당연히 대접해주는데, 5년 동안 개발일 손 놓았다면 다른 (좋은) 회사에 개발자로 들어가는 건 대략 불가능하다. "이 정도 경력이면 잘 하겠지"가 예전에 잘 쓰이던 지표라면, 이젠 그런 거 없다. 10년 경력이라도 신입과 그리 다르지 않은 면접을 거쳐야 하고, 면접 겨우 통과하고 실력은 신입 수준이라면 신입 레벨로 신입 연봉 받는다. 큰 테크 회사에서 일했다면, 당신은 아니라도 당신 주위의 인맥들이 옮겨다녔기 때문에 당신의 일 태도나 실력에 대해서 아주 빠삭하게 아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 좁다. 정말 좁다. 5~10년 경력 이상의 탑 테크 회사 풀은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
소비자에게 편리해진 디지털 경제가 이래서 개인에게 피곤하다. 소비자들이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다는 게, 내가 소비자일 때는 편리하지만 내가 서비스 제공자 혹은 구직자일 때는 이래서 불리하다. 아참, 5-10년 지났다면 출신 학교는 물론 알고리듬 우승도 다 쓸데 없다. 좋은 레퍼런스, 좋은 인맥, 좋은 경력이 다다. 하여튼 이 바닥에서는 한시도 쉴 수가 없다.
참고로, 우리 팀에서 인사과에서 한 번 걸러낸 이력서가 백 개 온다면, 전화 인터뷰까지 가는 사람이 50~70% (인사과 필터링 실력에 따라서...), 실제 면접까지 가는 사람이 10~30%, 오퍼 받는 사람은 한두 명. 쇼킹한 사실은 사내 트랜스퍼도 성공율이 많이 높진 않다. 오히려 그 사람의 실적과 매니저 피드백까지 볼 수 있어서 불리할 수도 있다. 비개발직은 훨씬 어렵다.
"개발 기술"을 가진 소비재로서 당신의 최고의 전략은 기술을 놓지 않는 것이다. "내가 xx 나왔는데, xx 에서 일했는데, xx 학위가 있는데 알아주겠지"는 바라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