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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0. 2018

어떤 언어 이야기

2017년 3월 17일

십몇 년을 공부한 언어다. 나는 발음도 구리고, 무엇보다도 문법이 아직도 아리까리하다. 원어민 앞에서 기가 확 죽는다. 젊은 애들 말 하는 거 못 알아들으면 십 년 넘게 공부하고도 못 알아듣는 나를 죽이고 싶다. 뉴스 같은 건 쉽게 읽고 이해하니까 좀 뿌듯하고 어디 가서 잘난 척하고 싶다. 나도 아는 문법 다른 사람이 틀리면 마구마구 지적해주고 싶다. 하지만 글로 쓰면 좀 자신감이 없다. 누가 농담했는데 못 알아들으면 서러워서 눈물 나려고 한다. 시간만 나면 이 언어 공부해야지 하는 죄책감이 늘 한 켠에 있다. 이 언어 잘 못하는 사람이 나보고 오우 잘 하시네요?? 하면 티는 안 내려고 하지만 좋아 죽는다. 숙어집, 문법책, 뭐 그 외 관련된 책을 고등학교 때부터 수집해와서 상당히 된다. 한마디 했는데 누가 문법 지적하면 아담한 건물 하나 폭파하고 싶다.     

불어 얘기다.     


영어야 그냥 생활언어라서 누가 지적해도 아 눼 너나 잘 먹고 잘사세요 하고, 내 특유 억양 있지만 아 뭐 어쩌라고 싶고, 어쩌다가 내가 모르는 유행어 나와도 하이고 이런 애들 때문에 언어 파괴되는구나 이것들아 표준어 써 표준어 하고, 다른 사람 문법 틀려도 관심 1도 없으며, 누가 나보고 영어 잘하네요 하면 ...ㅡ,.ㅡ 너는 어느 별에서 왔나? 싶은데, 그래도 불어와의 악연 때문에 영어 콤플렉스 있는 사람들 아주 잘 이해한다. 난 언제 불어 콤플렉스 탈출할라나.     


그러고 보니 런던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얘기.     


직원: 어디서 왔어요? 

양파: 남아공에서 왔어요 ^^ 

직원: 오 그렇구나! 온 지 얼마나 됐어요? 

양파: 이제 한 2년이요. 

직원: 근데 영어 진짜 잘 하시네요!! 

양파: ..... (남아공이라니까 남아공남아공남아공)

직원: 아니 진짜요! 2년 만에 그렇게 영어 빨리 배운 사람 처음 봐요!! 

양파: (그만해그만해그만해그만해애애애애애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ㅠ0ㅠ)

직원: 과외 많이 받았어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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