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8일
워터폴, 애자일, 버전별로 아주 여러 군데에서 일 해봤다. 그리고 "노 프로세스 독주 체재"도 경험해봤다.
내 경험으로는 -
실제 최고 아웃풋 및 최고 효율: 노 프로세스 독주 체재.
제일 체계적으로 성공하거나 제일 체계적으로 망하거나: 워터폴
체계적이지는 못하지만, 성공하거나 망하거나 어쨌든 관련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실시간 중계 : 애자일. "이러다 망한다!!! 망한다!!! 아 이거 뭐야 뭐야!!! 야! 이거 해봐!! 저거 해봐!! 그것도 안 돼? 아잇 어쩌지??? ....."
독주 체재는 마소 처음 시작했을 때의 보스였는데, 전무후무 수준으로 미친 듯이 똑똑하고 모든 멤버들이 쓰는 코드 한 줄까지 다 아는 기억력의 사람이 기술적인 부분 전체를 빠삭하게 알고 최고 엔지니어들 (나 빼고 ㅋㅋ) 이 백퍼 승복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니 6개월 만에 데이터 플랫폼/analytics 백엔드/prediction까지 다 해서 쉬핑 완료. 게다가 회사 내의 팀들 대부분 다 설득해서 우리 플랫폼으로 옮김. 형식은 애자일이긴 했는데, 이건 그냥 보스에게 업데하는 세션에 불과했다. 보스는 듣고, 방향 정해주고, 싸움 나는 거 중재하고, 다음 일 해야 할 거 쭉 얘기해주고, 엔지니어링 관련되지 않은 일 (법무부랑 싸우기, 보안팀한테 빌기 등등) 싹 다 맡아서 처리했다. 아무리 싸움 나도 보스님이 한 마디 하시면 홍해가 갈라지듯이, 하늘에서 만나가 내리듯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설정 써먹는 막장 드라마처럼 말도 안 되게 해결됐다.
물론 똑같이 최고 아웃풋에 최고 효율인 독재체재가 망한 케이스도 겪었다. 아주 친한 친구고 능력 있는 친구인데, 나중에는 얘도 망했다. 다른 사람을 설득시킬 수 없고, 딴 사람 시키느니 자기가 다 해버리는 경우여서 (남이 써 놓은 것을 자기가 밤새 다 갈아엎는 만행까지...), 나중에는 혼자 프로덕트 다 맡아서 하다 보니 월급은 올라가고 관두지는 못하고 8년을 그렇게 끌다가 웬만한 드라마 이혼 스토리처럼 다사다난하게 회사랑 헤어짐. 쓰고 보니까 내 진짜 첫 직장도 독주체재였군. 여기는 규모 아주 작아서 일 돌아가는 건 괜찮았지만, 주인장 아저씨가 아주 힘들었음. 이 사람 없음 모든 것 스톱.
내 두 번째 직장은 약 30명 정도의 작은 회사였는데 클라이언트를 얻으면 요구 분석 철저히 해서 구현해서 보냈다. 십 년도 더 된 얘기니까 애자일 나오기 전이다. 문서화가 확실했고, 문서화 한 사람이 시니어 개발자, 그 사람이 아래 개발자에게 적절하게 일을 나눠서 했다. 워터폴이라고는 해도 커뮤니케이션 채널 확보가 확실해서 뭐 대박 성공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보험회사. 릴리즈 사이클이 1년! 문서는 변호사 사무실 마냥 쌓이고, 개발자들은 자기가 뭘 하는지도 잘 모르고, 6개월 개발하고 나서 integration하다가 망하고, 그럼 또다시 한 단계 돌아가서 릴리즈 1년 더 미뤄지고, 그러는 동안에 빨랑 갖다 버려야 하는 오래된 프로덕트는 얼기설기 고쳐서 쓰고 있고 등등. 그러다가 결국 프로젝트 캔슬됨. 망해도 아주 거대한 스케일로, 갑작스럽게, 대단하게, 돈 시간 엄청 많이 낭비하고 망함.
애자일은, 특히나 애자일 특수 교육 받은 플젝 매니저, 개발 경험은 별로 없는 사람이 맡거나 라인 매니저 (팀원들의 직속 상관) 가 맡으면 대박 망하기 좋다. 물론 자주자주 모여서 업데하고 요구사항 바뀌기 때문에 아주아주 자세하게 망하는 광경을 실시간 중계 받을 수 있다. 미팅하다가 끝난다. 요구사항 계속 바뀌는 거 따라가다가 그냥 티케팅 시스템의 서포트 체제로 간다. 1년 지나고 나서 뭘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포스트잇 엄청 써서 3M 만 돈 벌었다.
애자일 적절하게 쓰면 괜찮다. 프로젝트 상황을 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니저들이 좋아한다. 사실 지난 5~7년간은 대부분이 엔지니어 주도 팀에서 일해서 관리 전문 매니저들이 애자일을 강요하는 케이스는 잘 못 봤다만- 엔지니어라고 해도 꼭 레트로 같은 미팅 좋아하는 애들 있다. 레트로, 그루밍, 플래닝, 리뷰 요것만 해도 일주일에 몇 시간 잡아먹는데 무려 스탠드업까지 삼십 분, 한 시간씩 ㅜㅜ 스탠드업을 미팅룸 잡아서 해!! 어우 야!!
원래 로마에서도 benevolent dictator 체재가 제일 좋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독재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너무 심하게 복불복이라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운영하기는 정말 힘들다. 그리고 아래에 열 명 이상 넘어가면 스케일 조절이 안 된다. 모든 사람이 보스 한 명만 보고 기다리게 되기 때문이다(그 초천재 보스를 뒀던 우리 팀도 결국 그렇게 됐다). 이건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만 고용하겠어" 같아서, 큰 회사의 제네릭 프로세스로 만들기는 무지 힘들다.
뭐 결론은, 지금 현재 어정쩡한 애자일. 워터폴은 하는 곳 별로 없을 거고, 있다고 해도 오래전에 이름 바꿨을걸. 우리도 사실 쿼터 플래닝은 부서들 헤드들 다 모여 x-platform 미팅을 이박 삼일 빡세게 하고, MVP(minimum viable product) 리스트 만든 다음에 그거에서 또 에픽 만들고 이런 식으로 계획해서 내려오는데 애자일이라고 해도 좀 워터폴 같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