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는 법

2016년 4월 24일

by yangpa

오랜만에 빡치는 댓글을 봐서 쓴다. "영국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진입 장벽이 낮군요"

아니 이보세요. 까려면 나를 까요. 왜 영국 데이터 과학자들 전체 레벨을 까고 그래요??

아무리 댓글이 박치더라도 이 말만 쓰고 가면 아쉽죠. 그러므로 "꿀 보직 거하는 인사이더 팁" 및 "자격의 허구"를 얘기함으로써 어떻게 쉽게 데이터 과학자가 되는가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뭘 하더라도 이렇게 홍익인간 정신을 실천합니다. 아 착해라.




취업 시장은 아주 효율적인 시장은 아니다. 사람이 면접을 하다 보니까 평가 방법도 그리 효과적이진 않다. 내 직속상관이, 내 전문 분야의 사람이 직접 면접하는 케이스가 그리 흔하지 않으며, 내 실력을 완벽하게 파악해서 그에 응당한 대우를 주는 곳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뷔페식당 주인이 프랑스 요리 전문가, 중식요리 전문가 두 사람을 고용한다고 할 때, 식당 주인이 프랑스 요리 전문, 중식요리 전문 두 개를 다 아주 잘 알고 고용할 가능성은 작다. '자기 수준'에서, 프랑스 요리 잘 해 보이는 사람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무슨 무슨 자격증 있고 프랑스 식당에서 일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격증이 중요하고 경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고용주가 프랑스 요리 전문가라고 하자. 이 사람은 자기 분야이기 때문에 면접 보러 오는 사람을 좀 더 잘 판단할 능력이 있으므로 자격증과 경험은 그냥 참고 정보로 쓴다.

그렇지만 고용주가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 식당에서 프랑스요리사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프랑스에 가서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따서 오는 게 아니라 - 그 식당 주인 생각에 프랑스 요리 잘하는 것처럼만 보이면 된다. 혹은 주방 도우미로 취업해서 프랑스 요리사일을 도우며 이것저것 해보다가 그 요리사가 빵꾸 내면 땜빵하면서 점점 '프랑스 요리사'로 보이는 방법이다.

세상에는 분명히 프랑스 요리사의 실력이 천차만별이고 그에 따라서 대접받는 스케일도 각각 다르겠으나 이건 완벽한 시장이 아니다. 실력 좀 덜해도 대접 받는 사람 있고 실력 더 있어도 대접 못 받는 사람도 있을 거다. 정확하게 실력에 따라서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얼마나 필요로 하느냐에 따라서 돈을 받으니까. 실력이 있으면 필요할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지는 거고(신입의 경우는 내 분야라는 거 자체가 없기 때문에 '완벽한 마켓'에 훨씬 더 가깝다. 그래서 스펙 수치 몇 개로 경쟁하다 보니까 무한경쟁이 되는 것).


데이터 사이언스 역할을 보자. 데이터 사이언스 직업이 만 개가 있다고 할 때, 그 사람들을 고용하는 사람은 다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일까? 내가 만나본 결과는 아니올시다였다. 그렇다면, 데이터 사이언스 구인 광고는 다 기계학습 박사에 슈퍼 개발 능력을 원할까? 그러는 광고 많지. 하지만 실제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타이틀 단 사람들의 실제로 하는 일이 얼마나 구인광고와 가깝냐고 하면... 그냥 웃습니다.

집 치우는 일을 보자. 제일 간단하게 하는 방법은 내가 하는 거고, 집안 식구 누구 시키는 거다. 외부인 시키려면 이거해라 저거 해라 일을 정해줘야 하고 면접 봐야 하고 돈 계산해야 하고 그렇다. 잘 할 건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도 일이고, 못하면 잘라야 하고 그런데, 집안의 누구를 시키면 뭐 아주 잘 하진 않을지라도 면접, 선정, 평가, 선택의 단계는 거치지 않아도 된다. 마찬가지로 데이터 분석 일이 있을 때 팀 내에서 그거 좀 잘 하는 애 시키는 건 쉽지만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고용하겠다는 거는 헤드 카운트부터 받기 힘들고, 내가 시킬 일이 그리 대단한 거는 아니라 할때는 아주 대단한 전문가 불러올 필요 없으나 어쨌든 면접 선정 평가 선택 다 해야 한다.

그러므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될 수 있는 제일 쉬운 방법은 '좋은 직장에서 데이터에 관심 있고 데이터 잘 다루는, 시키기 만만한 사람이 된다'이고, 그렇게 경력을 쌓은 다음에는 아예 나는 데이터 쪽 사람이라고 직함을 바꾸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이제 데이터 경력인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방법으로 갔다. 기계학습 박사 안 땄다. 통계 학사를 다시 시작하지도 않았다.

'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취업하겠어'라는 사람이 영국에서 구인 광고를 보면 요구 사항이 주루루루루루룩 나올 거다. 그거 다 맞추려고 하는 것이 에러다. 데이터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그 많아 보이는 광고보다 수십 배, 수백 배로 더 많다. 단지 직함이 데이터 과학자가 아니거나, 그런 식으로 찾지 않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 중구난방 스펙에 나를 맞추려는 것보다는 최고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가까우면서, 직함은 다르거나, 아니면 그런 일을 시켜야 할 상황이 있으면 내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을 내가 만들어서 경험치 쌓고, 그 동안 공부도 빡세게 하면 훨씬 더 가능성이 커진다.


전 직장에서, 나는 이전에 데이터 퀄리티일도 했으며 자동화 시스템으로 데이터 파이프라인 체크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데이터 애널리틱스 팀에 들어갔다. 거기서 쓰는 AWS 빅데이터 스택(하이브, 하둡 등등)에 익숙해지고 데이터 처리 방식이랑 분석 방식 배웠다. 그게 있었으니 마소 빅데이터 팀에 쩌리로 들어갔다. 데이터 퀄리티, 아노말리 디텍션에 관심 있다고 해서 들어간 건데, 투자하는 쪽에서는 부담이 좀 적은 셈이었다. 그 때 내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들가겠소' 하면 '자리 없소' 했겠지. '데이터 팀에서 시키는 일 여러 가지 해 봤고, 이런 분야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니까 그래 그럼 와봐 ㅇㅇ 된 거다. 그리고 그렇게 2년 빡세게 굴리더니 마침 마소 내에 데이터 과학자 직급이 생겨서 바꿔준 거다. 어라, 그러면 난 이제 마소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경력 쌓은 게 되네?? 네. 그건 모두 치밀한 계산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영국은 데이터 과학자 진입 장벽이 낮네요…….늘 틀렸습니다. 만만해 보이시면 와서 한 번 데이터 과학자 광고 난 자리에 도전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자리 아주 많습니다. 영어와 비자는 차치하더라도 전혀 만만하지 않다는 데에 돈 겁니다.

"양파 너를 보니까 좀 장벽이 낮아 보인다." 뭐 그거는 맞는 말일 테니 뭐라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제 커리어를 직접 한 해 한 해 직접 데이터 사이언스 쪽으로 만들어 간 것이지 "이런 스펙을 가지면 데이터 과학자 직종 취업 깡패가 되겠지" 하고 어디 가서 (산속에서 십 년 수련/박사 학위 딴 건) 아니거든요.

제가 이래서 데이터 하시고 싶으시다는 분 있으면, 특히 이미 괜찮은 직장 다니시는 분 있으면 그렇게 조언합니다. 데이터 열심히 공부하셔서, 지금 직장에서 최대한 '데이터 일 시키면 곧잘 하는 사람'이 되세요. 그리고는 다른 부서로 옮기셔도 되고, 직함을 바꾸셔도 됩니다. 그 다음에 그렇게 몇 년 데이터 경력 쌓으시면서 사이드로 기본 데이터 사이언스 공부 왕창 하셨으면, '실무 경력 있고 도메인 지식도 있는 데이터 전문가'로 이직하시는 겁니다.


결론: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어떻게 딸 것인가 고민하지 마시고 그냥 하세요. 주위 사람에게도 나 한다고 말하세요. 그 일 시켜달라고 하시고요.

자. 이상은 "양파만큼만 하면 나도 데이터 과학자??" 공익 방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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