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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3. 2018

여혐러 프로파일 2. 좋은 남자, 마초 사랑꾼

2017년 8월 5일 

여혐러 프로파일 1. 아직 어리고 성충동 폭발하는 학생(링크)


여혐러 프로파일 2. 보통은 좋은 남자라고 말하는 마초 사랑꾼     


여자를 성상대로만 보는 다른 남자들을 경멸한다. 약하고 소중한 여성을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지 왜 그렇게들 비하하고 못살게 구는지 알 수가 없다. 여성들은 아주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강한 남성인 자신이 도와주면 좋다. 생리하면 그렇게 아프다고 하니, 주위의 여자들이 힘들어 보이면 생리하는가보다 짐작하고 더 잘 해준다. 성범죄를 당했다고 하면 엄청나게 화를 내며 분노해준다. 어딜 가나 신사적이고 잘 챙긴다는 소리를 듣는다.     

성욕은 당연히 있고 주위 여자를 보면서 성관계를 상상하기도 하지만 다른 저질들처럼 대놓고 침 흘리고, 이상한 작업 멘트 걸고, 몰카 보고 그러지 않는다. 그런 놈들은 엄마나 누나나 여동생도 없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여자보고 군대 가라고 하는 시끼들도 정말 못나 보인다. 신체 건강한 남자가 군대 가서 나라 지키는 건 당연하지, 어찌 그걸 여자한테 시키려고 하냐.     


사근사근하고 여성스러우며 잘 웃는 연하 여자를 좋아한다. 다 그렇지 않나? 아 물론 당당한 여성들도 좋다. 그저 단지 선호 스타일이 있을 뿐이다. 걸그룹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여자는 내가 책임지고 지킨다는 마음이 있다. 남자가 못났게 더치페이 어쩌고 하는 거 정말 없어 보인다.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한 달 노가다를 뛰더라도 돈을 벌어서 맛집 데려가고 선물 사준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그럴 가치가 있다. 김치녀니 어쩌니 욕하는 애들은 지가 능력이 없어서, 못나서 그런 거다.     


어머니를 잘 챙긴다. 평생 고생하고 산 어머니 호강시켜드리고 싶다. 결혼하면 아내는 어머니와 잘 지냈으면 좋겠다. 대리 효도 그런 거 말하는 거 아니다. 우리 어머니 좋은 사람이라서 고생 안 시킬 거고, 혹시 시킨다면 내가 나서서 교통정리 할 거다. 난 내 여자 고생 안 시킬 거다. 그저 단란한 가족으로 다 잘 지냈으면 좋겠다.     

아이는 꼭 낳고 싶다. 아내가 집에서 살림해주고 육아를 해준다면 정말 좋겠다. 나는 최대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서 아내와 아이들을 먹여 살릴 것이다. 물론 아내가 일을 한다면 그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사가 있다. 그렇지만 여성들의 모성애는 강하다고 알고 있고, 아이와 함께 있고 싶은데 억지로 맞벌이 전선에 내몰리지 않게 내가 더 잘 벌어야겠다. 육아와 가사가 힘들다면 도우미도 불러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난 내 여자 고생 안 시킨다.     


여성의 매력은 여성스러움이다. 그런 여성을 보면 너무 사랑스럽고 아껴주고 싶고 보호해주고 싶다. 얇고 가는 팔다리로 뭔가 하겠다고 낑낑대는 거 보면 당장 가서 들어준다. 다음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도 최대한 도와드린다. 그럴 때 남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남자 스타일이고, 실제로 많은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나 여혐 문화에서 파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여혐'이 바로 이런 식이다. 여혐이라고 해서 다 여자들에게 불리하고 그런 건 아니라는 증거. 그렇지만 이 '좋은 남자'의 바탕에도 여자는 그런 거 못해, 여자는 그런 거 하면 안 돼, 아우 여자들 왜 고생시키고 그래, 여자는 이래 여자는 저래 등등의 편견이 있고, 그 편견들이 모인 사회에서 사는 여성은 상당히 불편해진다. 모성애가 없다면? 그 '여성스러움'에 맞지 않는다면? 오빠 믿고 기대는 대신 그냥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면? 남자들은 당연히 돈 벌어야 하고 고생해도 된다는 편견에 맞지 않는 남자는?     


이 모델의 최고 문제는 '흑화'이다. 경제가 좋을 때는 이런 남자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한 남자로서 자기 여자 먹여 살리고 남성다움을 나타낼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찾지 못하면, 그러니까 자신이 생각하는 '제대로 된 남성상'을 구현하기 힘들어지면 이들은 흑화한다. 사실 이전에 말한 1번 여혐러들과 아주 다르진 않다는 것이 반전이다.     

슬픔 포인트는, 여혐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최고 시나리오는 이 정도의 남자 만나서 이혼 안 당하고 사는 거라는 사실. 이런 남자가 바람 안 피우고 자기 부인 아끼면서 계속 돈 벌어온다면, 그게 바로 성공한 여자라고들 한다. 그러니까 이런 남자에게 선택받아서 의존하고 사는 것이, 여자에게는 최선의 꿈이라는 것.     


다음은 여혐하는 여성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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