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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6. 2018

그래서 쌀밥을 안 뒤집으면 안 돼요?

2017년 10월 19일

가끔가는 82쿡에서 난 아무리 맞벌이라지만 주부로서의 자괴감 느낄 때, 혹은 문화 충격 느낄 때가 많은데, 한 가족이 수건 하루에 2~30개씩 쓰고, 그걸 매일매일 빤다는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최고봉이었다. 그 후로 난 한국 사람들 초대를 못 하고 있다. 와 이 집은 수건 빨래 하루에 20개씩 안 하나 봐요?? 양파 ㅈㄴ 드럽다 소리 들을까 봐 쿨럭(머리용, 몸통용, 발닦이 세 개씩 하루에 두 번 샤워, 다섯 가족. 레알?)     

어제의 문화 충격은 "밥 뒤집기". 갓 지은 밥을 도대체 왜 안 뒤집냐부터 시작해서 토론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자 그거 몇 초 걸린다고 안 하냐, 가족들이 불쌍하다, (왜 여자들만 이런 잔소리 듣느냐는 말에) 맞벌이 부심 진짜 대단하다, 무슨 성평등을 이런 데서 찾냐, 인간이 되어라, 그것도 못 하면 귀찮아서 숨은 왜 쉬냐 등등.     

....난 밥 안 뒤집는데 ㅡㅡa 뭐 사실 쌀밥을 자주하는 건 아니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한참 밥 땡길 때는 연속으로 며칠씩 먹다가, 안 먹을 땐 몇 주도 안 할 때 많다. 탄수화물 덩어리라. 어쨌든. 밥을 안 뒤집는 이들이 용서가 되는 단 하나의 케이스는 '먹을 밥을 매번 지어 먹을 때'뿐이다. 그런 이들은 또 왜 밥을 밥솥에 그냥 두냐고 욕한다. ...난 이틀 삼일도 두는데 ㅡㅡa 물론 그러다가 못 먹게 되면 걍 버리... 어머나 나 진짜 불량 주부. 어쨌든.     


글 쓴 사람의 불평은, 남편들한테도 밥 안 뒤집는다고 엄청 욕하느냐, 왜 여자들만 이런 잔소리 들어야 하냐였다. 사실 몇 초 안 걸린다고 하지만 그런 게 한 둘인가. 몇 분이면 부엌 싱크대 깨끗하게 닦고, 몇 분이면 쓰레기통 아침저녁으로 비우고, 몇 분이면 냉장고 정리 가능하고, 몇 분이면 매일 손빨래 가능하고, 몇 분이면 얼굴 매일 홈케어 가능하고, 머리 감을 때도 몇 분이면 찰랑거리는 머릿결 가능하대고, 애들 숙제 봐주고 얘기해주는 것도 하루에 몇 분씩만 신경 쓰면 되고... 아 쓰는 것도 지친다. 이것도 몇 분이면 더 쓸 수 있.. 어쨌든.     

여자의 자기 관리, 주부로서의 기본 요건은 어디까지인가. 몇 분이면 가능한 걸 안 한다는 것은 맞벌이 부심인가. 그거 얼마 번다고, 몇 분 안 걸리는 거 가지고 성평등 왕왕 짖는 건가. "맞아! 결혼한 여자로, 애 엄마로, 그 정도도 못 해!"라고 할 사람 385748672945명 안다. 냐하하.     


뭐 어쨌든. 오늘은 그래서 죄책감 느껴서 밥을 뒤집어봤는데 반전.     


남편: "뭐야 왜 밥을 헤집어놨어?"

오페어: "난 납작한 밥 케이크 자르듯이 퍼먹는 거 좋아하는데."

양파: "아니 근데 그게 밥을 뒤집어야 어쩌고저쩌고..."

남편: "뭐래. 걍 둬"

오페어: "걍 두죠"     


음. 그래서 걍 두는 걸로. 쿨럭. 이런 미맹들. 대접해줘도 감사할 줄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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