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0일
왜 난 소개팅이 안 들어오지, 혹은 소개팅 나갔는데 독한 김치녀만 나오지 하는 남자분들 계시나요. 왜 그러냐면요, 빻은 여혐 발언 하다가 찍히셨어요.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계십니다.
주위 여자들이 메갈, 혹은 페미니스트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혼 잘못하거나 남자 잘못 만나는 게 인생 위험요소 1위인 여자들에게 '빻은 발언' 탐지기는 어마어마합니다.
평소에 혹시 '아무리 그래도 며느리로서 도리는 해야지' 뭐 그런 발언 한 번 하신 적 있었나요. 취중이라도. 아니면 성매매했던 적 있다는 거 말했나요. 정당화했나요. 술자리에서 취한 척하면서 집적거렸나요.
내 장담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어떤 남자 빻았다'는 정보 리스트는 사내 여직원들 다 가지고 있습니다. 면전에 대고는 뭐라고 말 안 했겠죠. 어머 대리님 하하하 농담도~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찍혔습니다. 뭐 회사에서 일하는 데는 지장 없겠죠. 그렇지만 소개팅은 안 들어올 겁니다. 조르고 졸라서 나가도(동료와 원수진) 이상한 사람이 나올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평소 자기가 했던 거 생각 안하고는 억지로 조르고 졸라 소개팅 나가서 까이면 '역시 여자들은 김치녀구나, 돈 못 번다고 무시하는구나, 내 차가 별로라고 무시하는구나' 이런 소리 하기 마련이죠. 아니에요. 빻은 발언을 불구하고도 나오겠다는 사람이 그런 사람밖에 없어서 그래요.
그냥 지나가는 말로 '결혼해서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 먹는 게 로망이요' 했나요? 아웃입니다. '우리 어머니 정말 좋으신 분인데...' 이런 말만 해도 감지기 빤짝빤짝합니다. '요즘 여자들 진짜 이기적인 거 같아. 군대도 안 가면서 웅앵웅앵' 뭐 대강 셀프 팔자꼬기 그랜드 마스터 달성하셨군요.
데미지 랭킹으로 따지자면
1) 성매매 관련 발언. 했으면 말할 것 없고 친구가 성매매했대도 아웃.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당연히 아웃.
2) 술자리에서 들이대기, 무릎에 손대기, 사귀자고 들이대기. 지저분한 여자 문제
3) 다른 여자에 대한 성희롱식 품평
4) 결혼생활, 여자의 역할에 대한 빻은 발언
정도 되겠네요.
여자들도 의리 코드 있습니다. 이런 행동/말했던 거 알고도 말 안 해주는 건 여자들 사이에선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봅니다. 멀쩡한 여자 인생 망칠 수도 있잖아요.
아무 말도 없었다고요? 다 같이 재밌다고 웃었다고요? 싫어도 숨기는 거, 여자들은 평생 배운 스킬입니다. 웃는다고 진짜 재밌어서 웃는 게 아니에요. 당신의 빻은 발언은 오늘도 쭉쭉 퍼져나가 블랙리스트 랭킹 업데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사족1:
페미니즘이나 여혐에 별 관심 없는 여자분들도 대부분 하는 행동이라 '여혐'이 아닌 '빻은 발언'이라고 했습니다. 이런이런 말하는 남자랑 사귀거나 결혼하면 개고생한다는 거, '여혐'이란 단어는 안 쓸지 몰라도 여자들 사이에서는 기본 상식인 게 많아서요. 나는 페미니스트 이런 거 아니고 여혐이 뭔지 모른다는 여자분들도 '이런 말 하면 자동 거름' 리스트 확실하게 있습니다.
사족2:
소개팅 나갔는데 김치녀만 나오더라 하는 분들에게 상세 설명.
생각해보세요. '김치녀'라는 단어를 스스럼없이 쓰는 당신에게 어떤 여자를 소개시켜줬겠나요. '김치녀' 어쩌고 할 정도의 남자라도 괜찮은 직장에서 괜찮은 연봉만 받으면 나는 감수할 수 있다는 여자가 나옵니다. 주선자와 친했다면 분명히 경고를 받았을 텐데도 나왔고, 아니라면 주선자가 제발 이제 소개팅시켜달라는 말 좀 하지 마 ㅠ0ㅠ 하면서 아무나 소개시켜줬겠죠. 그러니 돈만 왕창 벌어준다면 결혼해서 아침 까짓 거 해주고 시댁 모시겠다는 결의 한 사람이고, 그럼 당연히 연봉 차 종류 시댁 자산 궁금해하겠죠. 그러다 돈 없어 보이면 까겠죠. 다 포기하고 직장/돈 보고 나왔는데 그것도 없으면 어쩌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