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6일
성관계할 여자를 찾기 힘든 남자 입장에서 보자. 엄청나게 공을 들여서 겨우 여친이 생겼다. 그렇지만 이 남자는 아아아주 잘 안다. 여자가 바람피우려면 5분이면 된다. 그녀가 앱을 깔고 "남자가 그리워요 쩜쩜쩜" 하면 같이 잘 남자 오만 이천 삼백 명이 반경 2킬로 내에 있다. 자기 주위 남자들도 보면 믿음 안 가는 놈들 태산이다. 당장 자신도 섹스할 수 있다면 허세 좀 부리고 거짓말도 좀 하고 그 외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일 거 뻔히 알고, 주위 놈들도 비슷한 거 아는데, 여친이 나만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없다. 이것을 막는 방법은?
사회적 제재.
남자와 쉽게 성관계를 하는 여자는 엄청나게 쉬운 여자고, 그건 비도덕적이고,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세뇌한다. 그러면 내가 모든 남자들과 싸우지 않아도 어느 정도 주위 분위기로 제재가 가능하다. 그리고 다른 방법. 내 것임을 표시해서 다른 남자가 가지지 못하도록 한다. 이것 역시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약혼. 결혼. 아니면 치명적이고 치사한 옵션으로 임신 공격. 결혼 옵션을 택하면 먼저 내 여자라 표시하고 묶어둔 다음에 유부녀가 바람피우는 것은 엄청나게 부도덕적임을 세뇌시키고, 아이의 엄마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주면서 그것을 신성화하고 남자와의 관계는 그때부터 없는 걸로 세팅. 또 다른 방법은 시장 가치를 떨어뜨려서 못 가지게 하는 것. 옷으로 감싸서 얼굴이 안 보이게 하거나, 화장 못 하게 하거나 식으로 외모를 통제할 수 있고 아니면 주변 환경을 통제할 수도 있다. 친구들을 못 만나게 하고 밖에 못 나가게 하고 경제적으로 남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그런데 여자 입장에서 그럼 아씨 난 그런 거 다 안 할래. 그냥 남자랑 연애 안 하고 혼자 살래... 하면 이건 또 싫다. 그럼 관계 상대 후보가 확 줄어들기도 하고, 내가 공들여 겟한 여자도 딴 남자를 사귀지 않고서도 날 버리고 갈 수 있잖소? 그러므로 혼자서 잘 사는 것도 안 된다. 남자에게 선택받아야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고, 혼자 사는 여자는 이상한 여자, 버림받은 여자임을 강조한다. '정상적인 가정' 안에서 아이를 낳아야 삶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포장한다.
만약 여자의 성생활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없어지고, 비혼 혹은 그냥 싱글로 사는 삶에 대한 고나리와 손가락질도 없어진다면?
가부장제에 익숙해진 남자들이 수십 배, 수백 배로 불안해진다. 이전에는 어차피 여자들은 다 결혼할 거고 경제적으로 자립 못 하니까 밥만 먹여주는 걸로 내 여자가 생겼는데, 이제는 여자가 혼자 사는 것보다 나은 삶을 약속해야 여자를 설득할 수 있다. 그러고도 내 여자라는 확신을 할 수가 없다. 이 여자는 언제나 떠나갈 수 있고, 원한다면 섹스 한 번만 해보자고 아우성치는 남자를 아무나 선택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1) 혼자 사는 삶이 괴롭도록 해야 하며
2) 내가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경제 자립도가 낮아져야 하고
3) 남자와 쉽게 관계를 가질 수 없도록 사회적 비판도를 높여야 하며
4) 남자와의 관계를 증명하는 임신을 쉽게 혼자 없앨 수 없어야 한다.
5) 떠나려고 할 때에 폭력으로, 돈으로, 협박하고 막을 수 있어야 한다.
6) 마지막으로, 남자를 떠난 후의 삶이 엄청 괴롭고 힘들어야 한다. 그래서 쉽게 떠날 수 없도록.
자, 여혐 빙고를 해보자. 지금 현재는 어떤가.
1) 혼자 사는 여자에게 결혼해라 고나리. 노처녀는 뭔가 문제 있다고 치부.
2) 경제력을 보는 여자는 김치녀라 비난. 거기에다 취업 시 불이익, 직장에서의 차별, 경력 단절 등등으로 경제력 자립 제한
3) 여자는 성관계에 대해서 쉽게 말하기 어렵고, '쉬운 여자'에 대한 인식은 엄청나게 나쁨
4) 낙태는 형사 처벌
5) 스토킹, 가정폭력 등은 솜방망이 처벌
6) 이혼한 여성을 향한 사회의 시선과 차별은 뭐 말 안 해도.
모든 여자가 비혼일 필요는 전혀 없다. 나도 기혼자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게 왜 나쁘냐는 의견이다. 그렇지만 가부장제도에서 탈출하려면 비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게 보편화 되고, 여성의 성생활 관련 터부가 풀리면 그때가 진정 자유.
물론 그게 두려운 남자들은 미친 듯이 반대하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