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 펀드 파티, 그리고 여기도 일자리가 없어진다

2016년 12월 10일

by yangpa

More Money than God라는 책을 남편이 읽고 있기에 잠깐 뺏어서 봤다. 2006년에 골드만삭스는 사장 Lloyd Blankfein에게 사상 최고인 5천 4백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Alpha 잡지의 실린, 탑 25 헤지 펀드로 돈 번 사람들 리스트의 "꼴찌"가 그 해 2억 4천만 달러를 받았다. 다섯 배다. 골드만의 사장이라면 샐러리맨의 최고봉인데, 헤지 펀드 25위가 그의 다섯 배다. 같은 해 블랙스톤 그룹의 Stephen Schwarzman은 같은 해 4억 달러를 받았으나 헤지 펀드 탑 3는 다 십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고 한다.

그 때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골드만은 금융계이고, 그런 곳에서는 IT가 서포트다. 뱅커들이 예전에 엄청 화려하게 파티를 했다고 하고, 지금도 그런 데가 있다는 말이 간간히 들리긴 하지만 서포트 역할로 좀 움파룸파 취급받는 IT 부서는 조촐한 저녁 회식도 법인 카드 안 나왔... 쿨럭. 지금 있는 헤지 펀드는 테크가 중심이긴 하지만, 그 '뱅커 파티'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고객들 모실 때는 그럴까 ㅡㅡ? 뭐 해봤어야 알지).


어제 남편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여서 갔다. 알고리듬/모델 베이스 트레이딩 하는 펀드 회사다 보니까, 뉴욕 HQ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런던 사무실은 대부분이 수학/컴사 인원들이 대부분이다. 턱시도 다 차려입긴 했으나 확실히 트레이더/금융 쪽 사람들에 비해서 옷발이 안 나고, 부인들도 나 같은 공대녀들 많다. 평균 연봉이 낮지는 않지만 2006년 시절의 몇 백만 보너스 그런 건, 최소한 내 주변에서는(금융계라도 IT) 못 들어봤다. 탑 테크 회사 파트너급이 오히려 금융계 IT MD급과 대우가 비슷하기도 하다. (물론 둘 다 나나 남편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신선급이다. 우린 그냥 월급쟁이 레벨). '감'으로 몇 백만, 몇 천만 달러를 도박하는 이들은 현저히 줄었다. 이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알고리듬이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그 알고리듬을 만들고 정비하는 엔지니어들이 대부분이다. 영화에 나오던 시장통 주식시장은 없어진 지 오래다. 여기에서도 자동화와 기계학습이 일자리를 뺏어갔다.


파티는 으리으리했다. 그러나 2000년대의 헤도니즘 페스티벌은 확실히 아니었다. 우리는 모여서 애들 얘기하고 일 얘기하고 어디 놀러 갈 건지 얘기하고 뭐 그 정도로 수다 떨다가 열한시 열두시 되어서 다 해산했다. Wolf of Wall Street 같은 영화에서처럼 콜걸과 코카인, 돈다발이 넘치는 그런 광경은 없었다. 남편은 9시에서 6시까지 정시 일하고, 다른 직원들도 다 그렇다. 시스템이 잘 돌아가면 되니까 그렇다. 신보다도 돈이 더 많다는, 눈깔 빠지게 스크린 쳐다보고 몇 백만 달러씩 하루에도 몇 번씩 움직이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2000대 말 큰 물갈이 이후로 펀드 회사, 금융 회사, 투자 회사에서도 이젠 다른 테크 회사들과 같이 엔지니어들을 훨씬 더 영입한다. 명문대, 좋은 집안 출신의 잘 빼입은 자제들보다 평범한 집안의 컴사/수학/물리학/통계학 박사들이 넘쳐난다. 아주 익숙한 이공계 남자들이다. 몇 백만 달러 보너스가 아니라 적당히 넉넉한 연봉으로 만족해하고, 허름한 옷차림으로 출퇴근하고, 화려한 파티나 마약중독보다는 일찍 퇴근해서 애들과 놀아주고 소소한 취미 생활하는 남자들. 비집고 들어갈 수만 있으면 배짱으로, 깡으로, 끼로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었던 그런 자리가 이렇게 또 자동화, 인공지능화에 없어지고 시스템 관리자들이 남았다.

시스템 관리자들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내 아이들이 성인이 될 즈음에도 우리 직종이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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