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합니다!
영어공부하시기 어떠신가요? 저는 열두살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거길 갔냐고 묻고 싶으시죠. 저도 묻고 싶었으나 초졸 열두살의 미성년자로 거주지 결정권이 없었고, 그 때 전역한 아버님은 어머니에 따르면 ‘해외 이민병’이라는 흉악한 풍토병에 걸리셨습니다. 마침 아는 분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 계셨더랬습니다.
타이밍도 좋으셔서, 50년간 남아공을 통치해왔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밀려나기 바로 직전에 대사관도 없는 곳으로 이민을 간 셈이었죠. 남아공은 그 이후로 흑인 정부가 들어서며 정치 시스템과 교육 시스템은 물론이고 공용어와 국가와 국기까지 바뀌는 도중이라 교육부 방침 헷갈리기 정도는 따지기도 뭐한 분위기 덕에 저는 5개국어를 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영어, 아프리칸스어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고 한국어입니다.
원래도 언어에 관심이 많았긴 한데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이라도 부족어 영어 아프리칸스 등 3개 국어를 당연하게 하는 곳, 유럽계 이민자들이 많아서 그리스어 등 보통 집에서 쓰는 언어와 영어 아프리칸스는 기본으로 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자라면서 온갖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욕심에 시달렸습니다. 그러기에 아프리카는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었지요.
인터넷 환경이 너무나도 열악해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싶으면 60킬로미터 떨어진 한인 가게에 가서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오곤 했는데 이것도 그나마 90년대 말에나 가능했습니다. 한국에서 이사오는 사람들의 짐에서 포장으로 썼던 신문까지도 읽곤 했습니다.
대입이 다가오면서 미국 유학을 꿈꾸며 SAT 를 준비했었는데요, 참고서는 얼마나 비싸고 모의 테스트만 모은 책도 남아공 돈으로는 숨이 턱 막힐 정도였습니다. 프랑스어, 라틴어 역시 대학교 도서관에서 어찌어찌 쉬운 책 한두권을 골라 손으로 필사하곤 했습니다.
20년이 지나며 세상이 바뀌고 또 바뀌어 저는 유럽으로, 또 미국으로 대륙을 바꿔가며 이민에 이민을 거듭했고, 어릴 땐 잘 만져보지도 못했던 컴퓨터를 전공하고 AI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었으며, 세상의 모든 언어를 배우려던 의욕은 40대 주부의 일상에서 흐릿해져갔습니다. 직장에서 새로 나왔다는 LLM (거대 언어 모델)을 대대적으로 다루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챗GPT.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어 배워보겠다고 어렵게 구한 프랑스어 책 필사하고 수제 단어장 숙어장 만들던 십대의 제가, SAT 단어 책 한권을 죽어라고 외우던 수험생이었던 제가 너무나 좋아했을 툴입니다. 40대의 저는 이것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혼자서도 읽고 싶은 지문을 만들고 단어 테스트를 만드는 프롬프트를 쓸 수 있는 어른이 되었고요.
그래서 오랜만에 언어 공부 한참 하던 시절 떠올리며 즐겁게 이 책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양파와는 달리, 한국 외에서 살아본 적 없는 저는 “한국 기준”으로 영어를 잘 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 책이 출간되면 저를 아는 사람들이 의아해할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외국어 공부가 취미인 것은 맞습니다. 이제까지 건드려 본 외국어를 순서대로 나열해보니 영어, 독일어, 에스페란토어, 일본어, 프랑스어, 아랍어고 제 책장엔 이탈리아어와 체코어 책까지 있으니까요. 언어와 언어간의 간극, 언어가 갖고 있는 그 언어권의 특성을 살펴보는 걸 좋아합니다. 제가 전공하고 업으로 삼는 법률도, 양파가 다루는 코딩도 그런 언어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2012년 잠시 런던에 있을 때, BBC 라디오 앵커로 20년 넘게 근무하신 분 댁에 2주 가량 머무른 적이 있었습니다. 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왜 영어를 못하냐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물어보셨습니다. 우물거리지 말고 자신감 있게 이야기 하라면서요. 많은 걸 알고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가능한데 왜 입을 열지 않느냐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가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면서도 입을 다문 건, 어릴 적 제 영어발음을 들은 선생님이 큰 소리로 웃으신 후부터 였습니다. 아마 저랑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이 꽤 많으실텐데요, 다른 이들의 평가를 바로 받는 말하기와 쓰기는 솔직히 말해 여전히 두렵습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로 인해 영어가 전 세계 공용어처럼 사용될 것이 명확하게 보이는 지금 시점에, 챗GPT는 출시된 직후인 2022년 12월 경에는 영어와 한국어의 답변 질간에 큰 차이가 있음을 확연히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불과 3개월가량이 지난 3월에 유료요금제에 가입된 회원에게만 공개된 GPT-4 모델은 직전의 3.5 모델과는 달리 한국어 처리능력이 상당히 좋아져 국내 인공지능 관련 업계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인식능력, 생성능력과는 별개로 한국어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한국어 답변의 질에 영향을 줍니다. 여러번 답변을 받다보면, 외국 자료가 한국어로 번역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답변도 꽤 많았습니다. 한국어 자료가 많지 않으니 영어로 하는 답변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마침 구글 Bard가 한국에 풀려 테스트해보니 구글이 수집한 한국어 정보가 많을지는 모르나 질의 인식과 답변 품질이 OpenAI보다 낫다고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양파가 법률문서 검색품질 개선에 대해 고민하던 제게 GPT 모델을 이용하면 데이터를 유사한 유형으로 쉽게 분류하여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이야기해준 게 1년 전인 2022년 5월입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후 지금과 같이 누구나 사용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챗GPT를 활용하려면 챗GPT의 활용법도 활용법이지만 영어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겠다 생각하던 시점에 양파가 페이스북에 올린 영어공부에 활용한 프롬프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기술과 각종 익스텐션에 대해서는 대략 이해하고 있었지만, 사용자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롬프트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던 터라 양파의 프롬프트를 보고 잘 썼다고 했더니 양파가 누구나 다 그렇게 쓸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어리둥절해하더군요. 영어와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그렇지 않은 저같은 사람을 잘 모르는 것 같길래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하고 한국어로 프롬프트를 쓰는 방법도 알려주는 책을 내자고 양파를 설득했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챗GPT와 하루가 멀다하고 출시되는 익스텐션, 플러그인, 프롬프트를 써보며 제가 느낀 것은, 가장 많은 인구가 쓰는 영어 콘텐츠를 읽고 이해하며, 해당 콘텐츠의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챗GPT뿐 아니라, 구글의 Bard, 메타의 Llama 등 생성형AI가 개발되고 생성형AI가 마구잡이로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더욱 더 양질의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콘텐츠를 구별하기는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파파고, 딥엘(Deepl)과 같은 번역앱에 한없이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맞는지를 찾을 수 있으려면 어쩔 수 없이 영어 그 자체를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저희 둘 모두 취미로 외국어 공부를 즐길 뿐 외국어 교육 전공자나 관련 분야 종사자가 아니니 여러모로 챗GPT를 활용한 영어공부법에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좋은 지식과 정보는 널리 퍼지는 게 좋잖아요?
이 책이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부디 즐겁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