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다드]
쿠바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풍경
식사 후 트리니다드 밤산책을 간단하게 했다. 발길 가는대로 걷다가 중앙공원에 도착한 우리는 재미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쿠바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려면, 에떽사(Ettec)에서 와이파이 카드를 구매한 다음, 공원이나 광장으로 가야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지정된 와이파이존에서만 와이파이카드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공원을 둘러보니 남녀노소 막론하고 모두 스마트폰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마음껏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상당히 참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쿠바를 여행하면서 인터넷을 마음껏 이용할 수 없어서 가장 힘들기도 했다.
기념품 상점에 들러 기념품을 구경했다. 페루의 기념품 상점과 비교해보면, 페루는 페루 특유의 문양이 들어간 의류(판초, 바지)나 액세서리, 가방 등을 주로 볼 수 있었다면, 쿠바의 기념품은 나무로 만든 조각품과 그림, 인형들이 주를 이뤘다. 여러 물품 중에서 감각적인 그림을 사고 싶었지만 다음날 이동을 해야 했기에 본격적인 기념품 구매는 다음에 하는 대신에 크기가 작은 것만 사기로 했다. 쿠바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담긴 냉장고 자석을 몇 개를 구매한 후 상점 거리를 거닐며 구경했다.
쿠바의 흥을 제대로 느끼다
‘쿠바리브레’라는 칵테일바에 들어갔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때마침 라이브공연이 막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칵테일을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붉은 보를 덮은 테이블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고, 입구 옆 넓은 공간에서 밴드가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야외에 있어서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면서 칵테일을 홀짝이며 밴드의 공연을 감상하고 있으니 저절로 마음이 풀어졌다. 술에 취한건지 노래에 취한건지 분위기에 취한건지 아니면 셋 다에 취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한 상태로 이 상황을 즐겼다. 5인조 밴드는 본인들의 노래를 부르다가 각 테이블마다 신청곡을 받아 부르는 형식으로 무대를 꾸려 나갔다. 우리는 아는 쿠바 노래가 없어서 따로 신청곡은 요청하지 않았다. 리듬 타기 좋은 흥겨운 노래들로 플레이리스트가 구성된 덕분에 노래를 잘 몰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었다. 우리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프랑스 중년들이 가장 신나보였다. 술을 다 마셔서 이제 슬슬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프랑스 중년들이 무대로 나가더니 나머지 관객들에게 무대로 나오라고 유도했다. 우물쭈물하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우리도 무대로 나갔다. 현장에 있던 모든 손님들은 원형으로 선 다음 신나는 음악에 단체로 막춤을 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곧바로 음악에 몸을 던진 채 각자의 필(Feel)대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쿠바의 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좋은 무대를 선보인 밴드에게 칵테일 한 잔에 달하는 팁을 제공하고 뮤직 데카로 이동했다.
트리니다드의 흥은 끝나지 않아!
카사 데 뮤지카는 중앙광장에 있는 큰 규모의 야외 무대다. 이곳은 밴드 공연, 살사 무대, 아크로바틱 댄스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나와 공연을 선보인다. 우리가 입장하기 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로 관중석은 가득 찼고, 라이브 무대는 한창 진행 중이었다. 입장료 1cuc를 지불하고 자리에 앉아 맥주를 주문했다. 무대에는 전문 댄서들이 살사댄스를 추고 있었는데, 관객 참여 시간인지 무대 앞 공간에서 몇몇 관객들도 살사댄스를 추고 있었다. 살사 고수들의 현란한 발재간과 움직임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노래가 바뀔 때마다 살사를 추러 나오는 사람들이 달라졌고,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마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파트너처럼 군더더기 없는 살사를 추는 사람들도 보였다. 고수들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더니 이 상황을 보니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관객들의 적극적인 살사 댄스 덕분에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그 분위기를 이어 ‘쿠바 라이브 밴드’의 연주가 이어졌다. 쿠바 라이브밴드의 화룡점정은 트럼본이었다. 트럼본 솔로가 현란한 연주를 선보이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면서 연주에 흠뻑 빠졌다. 시원한 밤바람에 트럼본 연주의 조합은 가슴 속을 끓어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쿠바 라이브밴드는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소리를 받으며 퇴장했다. 이어서 화려한 의상을 입은 세 쌍의 젊은 남녀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다양한 퍼포먼스를 뽐내더니 아크로바틱처럼 격한 동작도 곧잘 소화해냈다.
맥주와 모히또를 마시며 쿠바의 흥에 흠뻑 취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무대를 보다가 시계를 보니 밤 11시였다. 우리는 다음 날 아침 일찍 바라데로로 이동해야 했기에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트리니다드의 밤은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었다. 카사 데 뮤지카 근처의 클럽들은 그 때부터 문을 열기 시작했고, 내부를 얼핏 보니 뜨거운 열기와 시끄러운 음악으로 가득 찼다. 쿠바의 밤을 더 즐기고 싶었지만, 아쉬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갔다.
샤워하려는데,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았다. S는 샴푸칠을 하다 말고, 물이 나오지 않아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나머지 3명은 샤워를 하지도 못했다. 시간이 지나자 물이 나오긴 나왔다. S의 머리에 한가득 쌓인 샴푸 거품을 씻어낼 수는 있었지만 3명이 모두 샤워를 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물이 또 언제 끊길지 몰라서 양치와 세수만 간단히 하고 나왔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오늘 하루가 인상 깊었던 덕분에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곯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