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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Mar 15. 2022

16-1. 올드 아바나, 클래식 아바나

[아바나]


아바나의 멋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으로! 올드 아바나(Old Havana)


바라데로의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밤 과식과 과음으로 인해 밝지 못했다. S는 지난밤 외국인들과 칵테일을 얼마나 많이 마셨던지 숙취가 너무 심해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나머지 세 명만 식사하러 내려갔다. 아침은 어제와 동일하게 뷔페였지만 나쁘지 않았다. 약간의 숙취가 남아있던 터라 배만 채우는 정도로만 간단하게 먹었다. 체크아웃을 앞두고, 아침부터 칵테일을 마시며 호텔 주변을 거닐었다.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은 편이라 아침부터 마셔도 부담 없었다. 숙소로 올라와 넓게 펼쳐진 카리브해도 원없이 감상했다. 지난 2일 동안 바라데로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찰나의 꿈처럼 느껴졌다. 왜 항상 좋은 순간은 빠르게 지나가는 걸까? 감상에 취해있을 틈도 없이 택시를 타고 아바나로 이동할 시간이 다가왔다.





처음 아바나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머물렀던 지역은 신시가지였고, 이번에는 구시가지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신시가지는 아바나 시민들이 거주하는 주택 밀집 지역이라면, 구시가지는 문화관광지구였다. 건물들은 16세기 스페인 정복 시기에 지어졌고, 오늘날까지 그 건축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어 도시 경관은 멋있었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구시가지 광장 한복판에 있었다. 건물 1층은 아치형 구조의 회랑이 지어져 있고, 건물 외부는 전반적으로 밝은 톤으로 칠해져 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신시가지와는 전혀 다른 도시로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달랐다. 건축 양식이나 광장, 회랑, 그리고 광장 한 가운데를 무리 지어 지나가는 비둘기떼..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남미가 아닌 유럽의 어느 도시에 서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택시에서 내려 광장 쪽으로 걸어갔고, 눈이 휘둥그레 커진 채 광장 곳곳을 둘러봤다. 도심 구경도 잠시, 숙소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한동안 광장 일대를 돌아다녀야 했다.


바라데로~아바나까지 우리를 데려다 준 택시
생기가 넘치는 올드아바나의 광장



우여곡절 끝에 정확한 숙소 위치를 알아냈는데, 이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다 보니 위치가 영 좋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5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푸근한 인상에 손톱을 화려하게 장식한 호스트 아주머니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숙소 이용사항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신 다음, 어디론가 가버렸다. 숙소를 찬찬히 둘러보니 이틀 정도 묵기에는 충분히 아늑했다. S는 여전히 숙취 기운이 남아 있어 숙소에 있기로 했고 나머지 인원은 환전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


골목이 아름다운 올드아바나의 어딘가                                


쿠바에 온 지 4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국영 환전소는 이용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시간 맞춰 환전소로 서둘러 이동했다. 환전소는 보안에 철저한 편이었는데, 우리 세 명 중 환전을 할 사람만 환전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머지 2인은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멋대로 들어갔다간 경찰이 연행할 것만 같은 근엄하고 삭막한 분위기였다. 쿠바의 국영 환전소는 어떤지 구경해보고 싶었지만, 대표로 다녀온 K의 짤막한 후기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나라의 은행과 비슷하지만 좀 더 엄숙하고 경비가 삼엄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지도 앱 맵스미(mapsme)에 평가가 괜찮은 식당이 숙소 근처에 있었고,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빠에야, 감바스, 생선구이와 칵테일을 시켜 먹었다. 맛은 괜찮았으나 가격에 비해 맛있지는 않았다. 가격도 비싸고, 양도 적어서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생필품을 사기 위해 마트를 둘러보는데, 마트로 보이는 곳이 전혀 없었다. 유명한 관광지구 중에서도 번화가 한복판에 있어서 각종 편의시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마트나 편의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20분 정도 헤매고 나서야 작은 상점에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공산권 국가라서 마트 운영에 제한이 있는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마트 찾기가 이토록 어려운 적은 처음이었다. 이 지역주민들은 생필품을 어디에서 어떻게 구하는 걸까? 돌아오는 길에 S가 먹을 샌드위치와 음료를 사들고 돌아왔다.





바라데로에서부터 모아온 빨랫감을 이곳에서 해결했다. 숙소에 있었던 세탁기는 반수동이라서 헹구고 탈수하는 데 일일이 조작하고 물을 넣어주어야 했다. 세탁기가 영 시원치 않아서 옆에 있는 빨래판에서 박박 문질러 때를 빼고, 세탁이 끝나고 나서는 직접 손으로 탈탈 털어서 말려야 했다. 빨래 양이 많아 시간이 꽤나 걸렸다. 그래도 세탁까지 마치고 선선한 저녁 바람을 맞으니 개운했다.

저녁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왔고, 하늘은 그 어느때보다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적당히 낀 구름과 붉은 태양, 그리고 선선한 저녁 바람의 조합이 우리를 붙잡았고, 노을과 햇빛을 받은 건물을 감상하느라 한동안 광장에 우두커니 서서 감상했다. 

숙소 창문에서 바라본 아바나의 저녁
아바나의 붉은 노을
올드아바나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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