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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소하 Jul 31. 2020

우주소녀, 『Neverland』

http://www.tonplein.com/?p=3857


오랜만에 웹진에 글을 게재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손과 머리가 굳었는지 그것들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해 아쉽긴 합니다만... 그래도 열심히 쓴 것 만으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문은 아래에 옮깁니다.





5년간 이어져 온 우주소녀의 커리어에는 세 번의 중요한 사건 (이를 사건이라고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으나)이 존재했다. 첫째는 2017년 아이오아이(I.O.I) 활동을 마친 연정의 팀 합류였으며, 다음으로는 2018년 선의, 성소, 미기 세 중국인 멤버의 활동 중단이었다. 이는 해당 사건의 이유를 쉽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벌어진 일이었으며 두 사건은 팀의 멤버 구성이 바뀌는, 그야말로 팀에 직접적인 영향을 선사할만한 큰 변화였다. 실제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우주소녀에게 음악과 더불어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가 요구되었는데, 연정의 합류는 뛰어난 보컬 멤버의 추가라는 긍정적인 요소가 되었지만 세 멤버의 활동 중단은 우주소녀의 전반적인 음악과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부분에서 큰 변화를 야기하기도 했다 (또한 후자의 경우 ‘별자리’라는 기존 세계관이 ‘마법 학교’라는 새로운 세계관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세 멤버의 활동 중단 이후 새롭게 전개될 예정이었던 마법 학교 세계관 역시 함께 중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보다도 그들의 음악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건은 우주소녀의 컨셉이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던 순간일 것이다. 데뷔 앨범 『WOULD YOU LIKE?』에서부터 이어져 첫 정규 앨범인 『HAPPY MOMENT』까지 (특히 타이틀곡에 있어서) 지속된 그들의 첫 컨셉은 ‘소녀’라는 키워드에 집중한 듯 보였다. 팀명을 구성하는 두 가지 단어 중 하나인 ‘소녀’는 우주소녀의 데뷔부터 꽤 긴 시간을 할애하여 강조하고자 했던 요소였다. 이 시기의 음악은 주로 밝고 활발한 분위기를 띠며, 사랑에 서툰 모습을 보이거나 수줍은 감정을 내세우는 화자가 등장했다.(물론 이러한 특징에 있어서 ’소녀’라는 키워드가 적합한가 하는 문제가 남겠으나, 해당 키워드는 당시 앨범 소개글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이며 가사에서 역시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2018년에 들어 우주소녀는 ‘소녀’가 아닌 ‘우주’라는 키워드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이는 ‘우주’보다는 ‘마법’, ‘환상’이 더욱 적합한 표현이겠으나, 『WOULD YOU LIKE?』의 소개글에 등장하듯 우주소녀가 표방하는 ‘우주’의 의미가 ‘환상’과 닮아있다는 점을 보면 ‘우주’라는 키워드 역시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Dream Your Dream』을 시작으로 『WJ STAY?』까지 이어지는 ‘우주’ 컨셉은 주로 몽환적이고 아련한 분위기와 서정적인 선율을 중심으로 하며, 이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소리, 특히 신디사이저 패드와 스트링을 필두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특징은 이전 컨셉의 곡들 중 「너에게 닿기를 (I Wish)」과 「기적 같은 아이 (Miracle)」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이전 컨셉에서의 화자가 주로 (그들이 표방하는) 소녀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했다면, ‘우주’ 컨셉의 화자는(특히 타이틀곡에서) 청자를 향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건넨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발생했다. 「꿈꾸는 마음으로」의 "꿈꾸는 대로 다 이루어질 거야”, 「부탁해」의 “같이 채워나가면 돼 하나하나” 등 뚜렷하게 드러나는 메시지의 변화는 그들의 음악에서 발생한 커다란 변화를 인지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러한 우주소녀의 컨셉은 2020년에 들어 다시금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말 발매된 『As You Wish』의 타이틀곡 「이루리」는 2020년 새해를 맞이하며 곡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함께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이루리」에 담긴 응원은 이전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우주’ 컨셉의 화자가 조금은 소극적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면, 「이루리」의 화자는 더 적극적으로 청자를 향해 말을 건넨다. “이루어지길 너의 소원 다 나에게 말해 들어줄게”, “나를 믿어 저 하늘 위로 날아올라” 등의 가사는 이전에 등장한 화자보다 더욱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청자를 향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렇듯 '우주' 컨셉 이후 새롭게 등장한 컨셉은 주요 메시지의 변화가 핵심이었던 지난 변화와 달리 그 메시지를 전하는 화자의 변화로 인식된다.


그리고 이 컨셉은 『Neverland』에 들어서 더욱 확실하게 나타난다. 전작보다도 더욱 강렬하고 확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Neverland』는 성장의 모습이 확연히 나타나는 타이틀곡 「Butterfly」부터 더욱 강렬한 분위기의 「Hola」, 독특한 소재와 구성을 자랑하는 「Pantomime」, 이전 우주소녀의 느낌을 더욱 세련되게 그려낸 「바램」, 부드럽고 섬세한 느낌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불꽃놀이」와 팬들을 위한 메시지를 담은 「우리의 정원」까지, 작품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와 뛰어난 역량을 선보이는 멤버들의 보컬을 토대로 나아가며, 작품 전반에 걸쳐 탄탄한 구성과 개별 트랙의 뛰어난 완성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작품 내에서 초반 세 트랙이 가지는 역할은 더욱 자세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Butterfly」의 경우 앞에서 언급했듯 『Neverland』의 타이틀곡이자 성장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곡이며, 여기서의 성장은 곡의 컨셉이나 메시지뿐만 아니라 음악을 이끌어가는 멤버들의 역량에서도 크게 드러나는 요소이다. 물론 성장이라는 주제와 “이젠 날 안 묶어둘래 좀 더 자유롭게 진짜 날 찾을래”, “조금 다쳐도 괜찮아 더 높이 날 거니까” 등의 가사로 표현되는 정체성 확립의 메시지는 이미 작년부터 다양한 케이팝 작품에서 다뤄진 요소이다. 하지만 우주소녀의 경우에는 성장의 메시지와 지난 5 년간 쌓아온 서사가 어우러지며 그 성장에 대해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이들이 선언하는 성장과 함께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는 이전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이는 성장과 응원이라는 두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더욱 명징한 모습으로 표출된다. 또한 「Butterfly」에서는 이전부터 두드러진 우주소녀의 강점인 강렬한 보컬을 중심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이와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랩으로 짜임새 있는 전개를 이어가며, 후렴 부분에서 메인 멜로디 위로 쌓이는 화음을 통해 두터운 구성을 완성한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는 탄탄한 형상을 만들어내며 ‘성장’이라는 메시지에 대한 확신을 제공한다.


이어지는 「Hola」는 더욱 강렬한 소리로 이루어진다. 이는 시작에서 등장하는 연정의 파트와 무척이나 높은 음역대를 소화하는 수빈의 역량을 통해 더욱 부각되며, 타이틀 곡보다도 다채롭게 운용되는 멤버들의 보컬을 통해 인상적인 순간을 만든다. 특히 훅 파트의 “올라 올라 올라 더”와 브릿지의 “Shake it! We make the rules again we don’t care”파트에서는 완강한 가사와 함께 여러 멤버의 목소리가 겹쳐 등장하여 보다 거센 순간을 그려내고, 이는 곡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와 함께 강렬한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우주소녀의 직전 컨셉을 대변하는 섬세함이나 부드러움과 완전히 대비되는 강렬함은 새로운 컨셉을 이끄는 요소로서 「Hola」를 통해 완전하게 구현된다.


세 번째 트랙인 「Pantomime」은 독특한 소재, 구성, 전개를 통해 이루어지며 『Neverland』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만든다. 곡 전체를 뒤덮는 무언극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내는데, 여기에 “Mute”, “Stop”, “Pause"등 무언극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어휘를 활용하여 주제를 심층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신인 배우”, “A-cut”등의 신선한 단어와 “Climax”, “Epilogue”등 비교적 익숙한 단어는 모두 무언극이라는 소재와 결합하여 더욱 효과적인 장면을 그려내도록 돕는다. 이어, 앞서 언급한 후렴 부분의 “Mute” 와 “All stop” 이후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호흡의 역할과 브릿지의 “Pause”이후 변이하는 전개 방식, 박자를 잘게 쪼개는 드럼과 신스 사운드, 그리고 이를 통해 생성되는 리듬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랩 등의 장치는 『Neverland』 전체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순간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Pantomime」에서는 앞선 두 트랙과는 사뭇 다른 정제된 강렬함이 드러나기도 하며, 이는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이외에도 「바램」에서는 이전의 컨셉을 표방하는 듯한, 곧 서정적인 선율과 스트링을 중심으로 곡이 나아가지만 멤버 개개인이 역량을 발휘하여 더욱 세련된 느낌을 선사하고, 트로피컬 하우스 풍의 [불꽃놀이]는 청량감을 기저에 둔 채로 아련한 분위기를 빚어내며, 팬송 [우리의 정원]에서는 보다 느린 템포로 전개를 이어가는 동시에 팬을 향한 메시지를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초반의 세 트랙이 제공하는 강렬함은 새로운 컨셉과 맞물리며 거센 인상을 남기지만, 이보다 부드럽고 섬세한 느낌이 부각되는 이후의 트랙을 통해 우주소녀가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함 역시 부각된다.


본고에서는 우주소녀가 그간 펼쳐온 컨셉을 중심으로 그들이 거쳐온 변화와 『Neverland』에서 펼쳐진 새로운 모습을 이야기했다. 특히 『Neverland』는 스스로의 성장을 핵심 요소로 드러내며, 이를 통해 기존의 메시지를 더욱 주체적으로 함유한다는 점에서 변화에 대한 기대를 걸게 된다. 또한 컨셉의 변화에서 요구되는 음악 내외적 요소가 이미 자리 잡은 듯 보이는 점 역시 놀라운데, 이는 지난 커리어를 통해 발전을 거듭한 멤버와 팀의 역량에 큰 짐을 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주소녀의 시간에서 벌어진 변화는 매번 인상 깊은 지점을 만들어 왔기에, 이번에 이루어진 변화 역시 앞으로 만들어질 그들의 시간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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