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딸과 발레
중딩 2학년 딸이 방학했다.
나는 발레 5개월 차, 딸 가진 엄마들이 발레를 할 때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 '이 좋은 것을 우리 딸과 함께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다닌지 5개월 째 드디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드디어 드디어 딸이 발레에 입문을 했다. 일자목이 다반사, 거묵목이 흔하고, 자세 좋은 사람들 없는 세상에서 자세 교정이라도 해주고 싶어 설득을 했다. 방학 중 일주일 1회 엄마랑 같이 해보자고 하니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평소 엄마랑 뮤지컬 자주 보고 대화 자주 했던 딸이라 함께 해보고 싶은 눈치였다. 주 1회 딱 방학 동안 4회 해보기로 약속!
방학인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짜증 증폭되는 일인 중딩들~ 어제 깨워주겠노라 했던 시간에 깨웠는데 짜증을 폭탄으로 낸다. (그래~ 발레 가야 하니까 참고~릴렉스~~) 투덜거리며 씻고 간단한 화장을 (화장 안 하면 안 나가는 중딩~)하고 집을 나섰다. 가는 내내 목마르다고 하여 학원 도착하자마자 텀블러에 물 대령하며 발레복으로 환복 했다.
오히려 성인발레에 취미로 가는 게 좋다던 딸이다. 같은 학년이나 학생부 반이면 초보라 쪽팔릴 중딩이기에 오히려 잘 됐다고 했다. 발레 학원 건물 2층에는 힙합댄스학원이 있다. 우리 딸은 그 댄스 학원 고급반 학생이다. 댄스 하면서 제대로 시간 할애하는 스트레칭은 하기 어렵다. 춤 실력은 나아질지 몰라도 바른 몸은 되기 힘들다. 발레 학원은 3층이다. 발레와 댄스를 크로스하며 다니면 좋겠는 엄마의 바람이다. 다른 건 몰라도 딸에게 올바른 운동 습관만큼은 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싶다. 공부도 사람 관계도 모두 에너지, 체력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장님 오늘 정말 길~~~~ 게, 평소 보다 길~~ 게 수업을 하셨다.
한 시간을 스트레칭에 쏟아붓고 40분을 바 동작으로 기초 정석을 차근 차근 천천히 리드해 주셨다. 스트레칭 끝나고 바 동작 들어갈 때 잠시 쉬어가는 타임이 있다. 딸과 함께 화장실을 갔는데 "엄마 나 이거 안 해! 그냥 댄스만 할래!"라고 단박에 말해버린 딸,
바 동작이 끝난 후 앞으로 더 다녀보겠다고 했다. 엄마만큼 발레의 매력을 못 느낀 거 같지만 오늘 해보고 발레의 매력을 알겠다며 더 해본다고 했다. 집에 와 더 자세히 들어보니 앞 줄에서 발레 하던 이모가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였다는 것이다. 그 우아함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 그 우아함!!!
동경할 정도로 쉬운 것이 아니지.
우아함 때문에 코어 잡고 다리 땅 쪽으로 깊이 뻗어내고 머리 하늘로 뽑아내고 팔 양쪽으로 늘리고 늘려서 흔들림 없는 자세를 만든 후에야 비로소 우아한 동작이 나오는 것을,,, 우아함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지. 끊임없는 노력 여하에 몸에 서서히 베어가는 것! 그것이 우아함인게지~~~
(딸아~ 함께 그 우아함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