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발레
온갖 해야 할 일을 미루고서라도 우선순위로 선택한 나의 운동인데 하면 할수록 현실 모습과 격차를 느끼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발레처럼 우아하게 살고 싶은 건 누구나 그러하겠지요. 아침에 일어나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잘 진행되고 사춘기가 진행 중인 딸과 사춘기가 찾아온 아들이 저의 속을 뒤집어 놓지 않는 일상이 우아하게 지나가는 그런 삶 말입니다.
나의 잔잔하고 고요한 우물에 아침부터 돌덩이가 날아옵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그 돌쯤이야 물 웅덩이에 가라앉는 것을 그저 지그시 바라볼 수 있지만 돌이 쌓이고 쌓여 던지는 돌들이 부딪히기 시작하면 마찰소리에 마음도 시끄럽기 시작합니다. 수면 위로 돌이 선 넘어 보인다는 건 더 이상 우아할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것이지요.
발레 하는 손짓과 발짓은 크고 우아합니다. 손짓과 발짓이 길게 뻗어나갈 수 있게 만드는 그 힘은 갈비뼈를 닫고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바짝 주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몸통 안에서는 버티려고 안간힘을 내고 있습니다. 그 힘을 지켜내려면 여력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몸도 균형도 무너지고 맙니다.
엄마로서 우뚝 잘 서있고 싶은데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발레를 하는 시간이 쌓이면 오랫동안 우아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엄마로서의 경력이 더 쌓이면 엄마로서 우뚝 서 있는 시간과 자리도 더 커지겠지요.
엄마로서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습, 우아하게 발레 하는 모습, 이 두 모습의 공통점은 '버티고 있는 힘'입니다. 버티는 힘의 내공을 쌓아가는 게 인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