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서연 Jan 12. 2019

6. 첫 여행지의 강렬한 기억

대만때문에 다 망쳤어요.

나는 여행을 오래하면 가고 싶은 나라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여행하다가 결국 모든 나라의 화장실에 영역표시를 하게 될 수 있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웬 걸. 아마도 이번 생에 모든 나라에 영역표시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것 같다. 모든 나라를 가보려면 안 가본 나라를 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미 갔다 온 나라들이 더 가고 싶어지는 것이 아닌가.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지워나가는데 아니라, 다시 갈 나라들을 거꾸로 추가해가는 꼴이다. 

대만이 그런 나라이다. 처음 혼자 떠난 그 7박8일은 내 스스로가 엄청 멋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내가 벌써 으른이 되어서 혼자 대만에 오다니! 혼자서 실수 없이 기차를 현지인처럼 타다니!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 일들도 그때는 내 자신에게 취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맛있는 음식들과 친절한 사람들도 내 기억속에 대만을 각인시키는데 크게 한 몫했다. 아무거나 먹어도 맛있었으며 사람들은 여행자들을 기꺼이 도와줬다. 그래서 누군가 처음 혼자서 해외여행을 가보고 싶은데 여행지를 골라달라고 말하면 나는 고민없이 대만을 추천해준다. 


그렇게 처음 대만을 다녀온지 5년 후. 다시 대만을 갈 기회가 생겼다. 기뻤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가 기억는 그 감정을 다시 못 느끼면 어떡하지. 나를 살게했던 기억들이 훼손되는 거 아닐까. 그냥 가지말고 평생 좋은 이미지로 담아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일은 없었다. 5년 사이 대만에는 더 맛있는 것들이 많이 생겼고 사람들은 여전히 따뜻했다. 가오슝에 도착하자마자 호스텔을 찾지 못해 길을 헤매는데 우왕좌왕하는 나를 보던 한 여성분이 스쿠터로 호스텔까지 데려다 주시기도 했다. 그 여성분 스쿠터 뒤에 타서 호스텔을 찾아가면서, 내가 이제까지 객사하지 않고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세상에 착한 사람이 많다는 증거이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두번째 대만여행을 즐겁게 끝냈다. 여전히 대만은 다시 가고 싶은 나라이다. 세계정복은 아마도 다음생에. 졸업도 다음생에.

매거진의 이전글 5. 행복의 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