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때문에 다 망쳤어요.
나는 여행을 오래하면 가고 싶은 나라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여행하다가 결국 모든 나라의 화장실에 영역표시를 하게 될 수 있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웬 걸. 아마도 이번 생에 모든 나라에 영역표시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것 같다. 모든 나라를 가보려면 안 가본 나라를 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미 갔다 온 나라들이 더 가고 싶어지는 것이 아닌가.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지워나가는데 아니라, 다시 갈 나라들을 거꾸로 추가해가는 꼴이다.
대만이 그런 나라이다. 처음 혼자 떠난 그 7박8일은 내 스스로가 엄청 멋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내가 벌써 으른이 되어서 혼자 대만에 오다니! 혼자서 실수 없이 기차를 현지인처럼 타다니!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 일들도 그때는 내 자신에게 취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맛있는 음식들과 친절한 사람들도 내 기억속에 대만을 각인시키는데 크게 한 몫했다. 아무거나 먹어도 맛있었으며 사람들은 여행자들을 기꺼이 도와줬다. 그래서 누군가 처음 혼자서 해외여행을 가보고 싶은데 여행지를 골라달라고 말하면 나는 고민없이 대만을 추천해준다.
그렇게 처음 대만을 다녀온지 5년 후. 다시 대만을 갈 기회가 생겼다. 기뻤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가 기억는 그 감정을 다시 못 느끼면 어떡하지. 나를 살게했던 기억들이 훼손되는 거 아닐까. 그냥 가지말고 평생 좋은 이미지로 담아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일은 없었다. 5년 사이 대만에는 더 맛있는 것들이 많이 생겼고 사람들은 여전히 따뜻했다. 가오슝에 도착하자마자 호스텔을 찾지 못해 길을 헤매는데 우왕좌왕하는 나를 보던 한 여성분이 스쿠터로 호스텔까지 데려다 주시기도 했다. 그 여성분 스쿠터 뒤에 타서 호스텔을 찾아가면서, 내가 이제까지 객사하지 않고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세상에 착한 사람이 많다는 증거이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두번째 대만여행을 즐겁게 끝냈다. 여전히 대만은 다시 가고 싶은 나라이다. 세계정복은 아마도 다음생에. 졸업도 다음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