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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서연 Jan 13. 2019

9. 기차에서 뛰어내리다

무시무시한 인도 기차 체험기

길치,토요일,교통체증 삼박자 크리로 이십분안에 기차역까지 가야했다. 이탈리아언니한테 작별인사는 커녕 쪽지를 남길 시간도 없었다. 연락처도 모르는데. 서둘러 짐을 끌고 나오니 오토릭샤는 보이지 않았고 사이클릭샤아저씨거 둘러붙었다.


-나 늦었음 오토릭샤타야함
-노프러블럼 이십분안에 갈수 있음 이십분안에 도착 못하면 돈 안받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오토릭샤가 없었으므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이클릭샤에 탔다. 교통체증은 끔찍했고 아저씨의 장딴지는 갸냘폈다. 십분쯤 지나자 헥헥거리기 시작했고 나한테 대놓고 몇키로냐고 물었다 . 나는 못알아듣는척했다. 이미 이십분은 넘었다. 이제 기차가 딜레이되었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역앞 큰 사거리에서 아저씨는 여기는 특히 혼잡해서 걸어가는게 나을거라며 내리라고 했다. 거짓말. 힘들어서 내리라는 거 다 보였다. 미안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는 복잡한 마음에 팁 20루피까지 얹어 던지듯 돈을 내고 기차역으로 달렸다. 


다행이 기차는 연착되었다. 한껏 차분해진 마음으로 플랫폼으로 향했다. 읭 근데 플랫폼에 도착하니 내 번호의 기차가 막 출발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이성적 판단은 불가능했고 옆의 아저씨를 잡고 표를 보여주며 이게 지금 떠나는 거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맞다고 했다.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차를 향해 뛰었고 그 와중에 내 거지같은 캐리어를 놓쳤다. 지나가던 다른 인도인아저씨가 빨리 타라며 캐리어를 들어 문으로 던져주었다. 무사히(?)기차에 타서 같은 칸사람들에게 표를 보여주었더니 이게 아니란다. 같은 기차지만 이건 반대방향으로 가는 거란다. 나는 역시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 했으므로 그럼 뛰어내려야하냐고 물었고 기억에 그 사람은 끄덕였던거 같다. 


그래서 뛰어내렸다. 영화처럼 멋있게 착지하는건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나동그라질지는 몰랐다. 캐리어와함께 바닥에 나뒹구는 코리안에게 근방의 모든 인도인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짐을 들어주었고 자리를 양보해주엇다. 발목이 좀 아팠지만 다친데 없냐고 너무들 걱정하길래 달리기 시연까지 해보였다. 한 할아버지는 기차는 많은데 뛰어내리면 어떡하냐고 혼을 냈고 한 여자는 뛰어내릴 필요없이 기차안에 줄을 당기면 된다고 했다. 인도기차가 그렇게 최첨단 정차시스템을 갖고 있을줄 몰랐지. 시람들은 내 기차시간을 확인하고 이 기차는 연착된게 맞다며 여기서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니 발목통증과 함께 어이없음과 쪽팔림이 밀려왔다. 내가 또 이상한 기차를 탈까봐 걱정됐는지, 인도인들은 내가 고개를 들기만 해도 인자한 미소로 기차가 오면 알려줄테니 꼼짝말고 기다리라고 신신당부했다. 괜찮냐는 말도 건네주었다.  참고맙고 참 창피해서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기차는 예상시간보다 다섯시간이 늦게왔다. 내가 아무리 연착되기를 기도했다지만 다섯시간은 너무 정이 넘치는것 같다. 그와중에 심신의 안정을 위해 초코 아이스크림 하나먹고 샤워실에서 머리도 감았다. 샤워실은 끔찍한 냄새가 났지만 내 머리도 끔찍했기때문에 크게 상관없었다. 여성대기실에서 멍을 때리고 있으니 숙소에 빨래를 널어놓고 안 챙겨온게 생각났다. 좋아하는 옷들 다 거기있는데. 헨델과 그래텔도 아니고 뭘 자꾸 질질 흘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탈리아언니가 내 옷가지를 보고 상황의 급박함을 헤아려주었으면 좋겠다. 작별인사를 하기싫어 안한게 아닌거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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