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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서연 Jul 23. 2018

16년째 신비한 이야기 '서프라이즈'



일요일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면 우리를 TV 앞으로 부르던 목소리가 있었다. 가족들이 북적거리는 주말의 훤한 대낮, 도저히 공포물과는 관계없는 시간대이지만 늘 입을 틀어막고 보게 되던 그 신비한 방송.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이하 ‘서프라이즈’)

항상 중요한 부분에서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셨던 기억이 난다.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이야기부터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전 세계의 미스터리를 전하던 ‘서프라이즈’는 수많은 덕후들을 양성했다. 대한민국 어린이들 중 ‘서프라이즈’를 보고 외계인 이 침략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으로 상상해보지 않은 어린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방영 초기만큼의 인기를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MBC의 일요일 아침을 지키고 있다. 지난 1월에는 800회를 맞기도 했다.



'서프라이즈' 덕후로 유명한 도니








800회가 넘는 방송을 거쳐 간 재연배우들도 적지 않다. 일명 ‘서프라이즈 걔’로 유명한 이수완 씨는 현재 쇼호스트로 활동 중이다. (이미 그는 2013년 ‘서프라이즈’를 그만뒀지만, 아직도 시청자들은 그의 얼굴을 보고 ‘서프라이즈’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행사의 신 장윤정 씨와 요즘 육아에 전념하시는 샘 해밍턴 씨 또한 ‘서프라이즈’ 출신이다. 여전히 ‘서프라이즈’를 지키고 있는 낯익은 얼굴도 많다. 김하영 씨는 14년째 미녀 역할을 도맡고 있다. 박재현 씨, 김민진 씨도 ‘서프라이즈’의 대표 배우분들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낯익은 배우들을 여전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반갑고도 즐거운 일이다.






그렇다면 ‘서프라이즈’의 롱런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한결같음’이 아닐까 싶다. 익숙한 배우들뿐 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몰입하게 만드는 성우의 목소리도 변함이 없다. 홍승옥 성우와 최원형 성우의 쫀득한 목소리를 들어야 일요일 아침이 완성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애청자들이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엉성한 소품과 세트에 매력을 느낀다는 시청자 의견도 있었다.




다만 프로그램의 한계 또한 이 ‘한결같음’에 있다. 2002년에 첫 방영한 이후로 16년째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큰 변화는 없다. 개편 때마다 코너를 새로 신설하는 등 나름대로 무언가 시도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굳이 코너를 나눌 필요성조차 느끼기 힘들다. 비슷한 이름의 코너를 신설하고, 폐지할 뿐이다. MC와 함께 했던 초기 쇼 형식을 버리고,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코너를 폐지한 정도가 16년간 중 꼽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들일 것이다.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것은 ‘서프라이즈’뿐만 아니라 장기 프로그램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소재이다. 800여 회 동안 회당 5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내보내다 보니 소재가 금세 고갈되는 것이다. 제작진의 고충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재탕한 소재로는 더이상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히틀러나 외계인 등 특정 주제에 관한 에피소드는 ‘서프라이즈’의 단골 (사골) 소재이다. 약 10년 전 방영한 내용을 비슷하게 다시 방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진부한 포맷을 애정으로 극복하는 덕후들 조차 반복되는 에피소드에는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방송에 사용할 에피소드가 부족하다면 잠시 쉬어가거나 한 회에 방영되는 에피소드를 줄일 수는 없을까?






세상을 끊임없이 돌아가고 미스터리한 일이나 음모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밝혀진다. 신비한 일이 존재하는 한 ‘서프라이즈’같은 방송의 필요성 또한 계속될 것이다. 다만 ‘서프라이즈’가 과거에 인기에 기대어 방영하다 조용히 저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청자들에게 각인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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