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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May 28. 2024

누가 날 홀리나




혼자 커피숍에 앉아보는 게 마만이지..

이름도 생소한 우바밀크티 한잔 시켜놓고 실내를 가득 메운 묵직한 재즈음악에 잠시 귀 기울여 본다.

처음 주문해보는 음료는 기대이상으로 만족스럽고 수다 떠는 사람 하나 없는 이 고즈넉함이 무척이나 맘에 든다.

무아지경 속에 간혹 들려오는 '배달의 민족 주문!' 하는 알림음만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래 출근하는 길이었지 나는..

그것도 막 병원에서 무릎연골주사를 맞고

걷기가 힘들어서 잠시 쉬었다 가려고 들른 이곳,

음악이 나를 자꾸만 붙잡는다.

조금만 더 있다 가라고.ㅎㅎㅎ


하루종일 퍼질러 있고 싶긴 하다.

시간을 펑펑, 헤프게, 마구 써버리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나는 일터로 가야 하는 몸~


의자 깊숙이 내 엉덩이는 쉽게 일어날 줄 모르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를 외친다.


손님이 우르르 몰려오기라도 해서 실내가 시끌벅적해지면 미련 없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안락한 분위기는 도통 깨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흠....

난감하군.


출근 시간은 다가오고

남아있는 음료 한 모금 입에 마저 털어놓고

계란후라이이마냥 퍼질러있는 내 정신머리를 주섬주섬 챙겨서는 안떨어지는 발길을  돌려 느릿느릿 가게로 향한다.


달고나처럼 달콤했던 순간이 아쉬워 자꾸만 뒤를 흘끔거리면서.




#음악 #글쓰기 #카페 #공간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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