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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임이 Oct 14. 2024

우리 가게 알바생


이른 아침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흠칫 놀란다.

아르바이트생 민하씨 전화다.

설마...?

조심스레 통화버튼을 눌렀다.


"사모님.. 정말 죄송한데요... 저 오늘..."


한참 동안 말이 없다.


"왜 그래 민하야? 무슨 일 있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잠시 뒤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저... 출근준비 다 하고 막 나가려고 했는데요... 토토가... 갑자기 발작하기 시작해요..

죄송하지만 오늘 하루만... 쉬면 안 될까요?"


울음을 참으며 간신히 말을 이어가는 민하에게 나는 그렇게 하라고 했다.

반려견을 키워 본 적이 없어 그 세세한 감정 다 헤아리지는 못해도 16년이나 함께 식구를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이 어떠한지 지레짐작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뜻하지 않게 종일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오후쯤 민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민하 어머니는 우리 가게에서 몇 개월째 오전알바를 하는 분인데 집안 사정으로 잠깐 쉬고 있는 중이다.

집안일이 잘 해결이 된 걸까.. 이제 출근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거겠지.... 하며 전화를 받았더니 민하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결국 오늘 토토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지금 화장터에 와있다고 했다.

근데 민하가 거의 졸도할 정도로 많이 울어서 며칠 동안 출근하기 어려울 거 같다고 했다.


"죄송해요. 괜히 우리 때문에 피해를 보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자꾸 죄송하다는 사람한테 뭐라 할 수도 없어 그러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게 맞나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가

에이.. 뭐.. 상 당한 직원한테 휴가를 주었다고 생각하면 되지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또 이해 못 할 일은 아닌 거 같다.

암튼 우리 알바생 부디 맘 잘 추스르고 이번 주말은 무사히 출근할 수 있길 기도한다.




#자영업자 #아르바이트생 #이해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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