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가게 가는 이 길도 벌써 7개월이 다 되어가네. 전철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중이야.
오늘도 일반 열차가 급행열차보다 서너 정거장 앞서 오고 있는데, 그래서 당연히 내 머릿속에서는 일반열차가 먼저 오지만 급행열차는 간이역을 안 쉬고 오니 어떤 게 더 빠를까를 계산하느라 전광판을 보는 눈이 바쁘게 돌아간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내가 왜 딸네 집에서도 빨리 나오려 마음 급하고 뛰고 달리며 이렇게 힘들어할까.
그건 바로 아들 아침을 챙겨 주고픈 마음이더라고.
오늘도 아들 추울 때 편히 쉬라고 전기장판을 메고
전찰이 이게 빠를까 저게 빠를까 계산하며 말이야. 그래봤자 아들은 저 필요할 때만 아양을 떨며 아무 말도 못 하게 화만 내는데. 누가 알아준다고.
그래도 팔에 파스 붙이고 일하는 아들 마음 아파 설거지 하나라도 내가 하려 신경 쓰고 아들 좋아하는 음식 기억해 챙겨주어도 정작 아들은 내가 뭘 먹는지 뭘 좋아하는지 관심도 없더라.
좋은 소리 못 들아가며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 생각하다... 문득 네가 생각났어.
아... 네가 있어 내가 행복한 불만을 하고 있구나. 항상 곁에서 다 겪어내는 너를 생각하면 지금의 내 불만은 아무것도 아니구나를 생각하며 너의 마음이 읽혀 마음 아픈 출근길이 되었다 며늘아.
사랑스러운 내 며늘아, 아들을 겪어가며 네 마음을 점점 이해하게 되었어.
난 그냥 살려 노력하는, 전보다 나아진 아들만 생각하고 너에게 말했었지.
다 내려놓고 살아야 네 맘이 편하다고.
지금 생각해 보니 넌 이미 다 내려놓고 살고 있었는데 어쭙잖은 나의 충고가 부끄러워진다.
널 생각해서 했던 말이지만 그래도 미안하구나. 이미 부처 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었던 걸 몰랐어.
그런 너로 인해 내가 행복하니 나도 이제 너처럼 내려놓고 바라만 봐주며 아들과 일해 보련다.
이따 보자 ~~^^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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