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하니 금방이라도 겨울이 올 것만 같다.
겨울 하면 나는 왜 바다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바다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횟집이 생각나고.
겨울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어느 횟집에서 누군가와 한가로이 낮술을 즐기고 싶다.
술을 잘 마시는것도 아니면서 왜 이런 상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유 없이 꼭 한 번쯤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상대가 친구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그냥 익숙한 사람이면 좋겠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사이.
회 한 접시에 잡다한 밑반찬이 나오는 횟집에서
철판에 구워져 나온 옥수수 알갱이를 젓가락으로 집어먹으며 지루한 표정으로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응시하다 소주 한잔 입에 털어 넣고 싶다.
언제부터 겨울바다를 좋아했다고 참 나...
바닷가 횟집에서 서빙하던 어떤 아이가 있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손님들 틈에서 유일하게 부러운 손님이 있었다.
자기 또래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 손님들이었다. 그들의 나른한 몸짓과 하얀 맨 발, 여름이든 겨울이든 한결같이 투명해보이는 그 하얀 맨발은 고생 한번 해보지 않은 귀한 그런 것이어서 늘 양말을 신고 분주하게 뛰여 다녀야 하는 자신의 슬리퍼 속 그것과는 차원이 달라 보였다. 무표정한 그들의 얼굴은 또 얼마나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이는지 누군가를 위해 하루종일 억지웃음을 지어야 하는 자신의 부자연스러운 표정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긴 생머리가 너무 예뻐서 질투가 났다. 머리카락 한올이라도 내려올세라 빡빡 빗어 올린 자신의 촌스런 머리 스타일과 일하기 편한 옷차림...
차라리 두 눈을 질끈 감고 싶었다.
그랬다. 그때는.
고된 일보다는 그런 마음이 힘들었다.
한동안 바닷가 근처도 가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바다를 떠올리면,
특히 겨울바다를 떠올리면
20대의 어린 그 아이가 보고 싶다.
검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수없이 오고 갔던 출퇴근길의 자그마한 아이,
예약손님이 많은 날은 걱정 한 보따리 안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출근해야 했던 그 아이를 말이다.
언젠가 꼭 한 번은 겨울바다가 보이는 횟집에서 오래도록 노닥거리며
그때 그 아이 마음을 찬찬히 읽고 싶어 진다.
올 겨울엔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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