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케이크 한 조각을 위한 독서

by 순임이


바람이 차다.

집에서 그냥 쉴까 고민하다가 책 한 권 챙겨 들고 나왔다. 쉬더라도 도서관에 가서 쉬자 하고.


생각보다 바람이 매섭다.

집을 나서자마자 순식간에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버렸다.

집에서 도서관까지는 걸어서 10분,

조금이나마 바람을 피하고자 큰길을 피해 마을 중간을 가로질러 가보기로 했다. 바람도 바람이지만 차들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난 한적한 시골길은 생각보다 걸을만했다.

작년 가을에 이 길을 걸어보고 오늘이 처음이다.

같은 길인데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얼핏 보면 앙상한 겨울나무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봄 맞을 준비로 분주한 그들만의 움직임이 느껴질 것도 같다. 그러나 몸 따로 마음 따로인 나는 그럴 여유가 없다. 매서운 바람에 발걸음 재촉하기 바쁘다.



멀리 노란색 커피전문점 간판이 보인다.

따뜻한 음료가 막 생각나던 찰나였다.

커피 담아갈 텀블러를 챙겨 오지 못한 나는 도서관 가려던 발걸음을 잽싸게 돌려 카페 한구석에 자리 잡고 앉았다.


먹고 가지 뭐.



노란색 머그컵에 담긴 고소한 까페라떼 한잔.

한 모금 가득 입에 물고서야 뒤늦게 깨닫는다.

나는 지금 달달한 음료가 당긴다는 사실을.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어쩌나.

이 난감함.


할 수 없지 하고 몇 모금 더 마셔보지만 그럴수록 더 미친 듯이 당기는 달콤함ㅜㅜ

그렇다고 시럽을 넣기도 싫고

다른 메뉴 새로 주문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데...


하-

그런데 말이다

이 노란 머크컵은

또 왜 이리 무겁다 말인가

한 손으로 들기 버거울 정도로 말이다.

sticker sticker



불편한 심기가 더욱 불편해지려는 순간

번쩍하고 뭔가 떠올랐다.







짠-------




그것은 바로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



고소한 라떼 한 모금과

달콤 촉촉한 진한 치즈케이크는

내 입안에서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그래 케이크는 이럴 때 먹으라고 있는 거였어!


욤욤욤

즐거운 비명이 절로 나온다

두 눈이 번쩍 뜨인다

노란색 머그컵이 하나도 무겁지 않았다



근데 뭔가 심심하다

그냥 먹고만 있는 게 아쉽다

가방 속에 챙겨 온 책을 얼른 펼쳐든다

맛있는 걸 더 맛있게 먹기 위한

나만의 이상한 버릇--

뭔가를 읽는 행위.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독서가 다 똑같은 독서는 아니다.

때로는

이렇게 뭔가를 먹기 위한 심심풀이 땅콩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독서가.


sticker sticker



덕분에 독서클럽에 올릴 뭔가 기록되었고

덕분에 도서관 한 귀퉁이에서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꽤 완벽한 하루가 아닐까.

무엇을 위한 독서인지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아무튼 바람 부는 날 나오길 참 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