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튀니지? 그리고 수도 튀니스에서의 첫 날
정말 오랫만의 여행이였다. 나의 20-30대는 항상 신나는 여행으로 가득 했는데 지난 2년 동안은 여행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2024년 초 아빠의 암수술 예후가 좋지 않아서 몇 달의 끔찍한 투병 끝에 지난 1월에 세상을 떠나셨다. 당연히 우리 가족과 나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고, 이런 엄청난 일 후에 떠나는 첫 여행인데다가 내가 가본적이 없는 지구 반대편에 세상이라 튀니지에 가면 이제까지의 끔찍한 시간들이 조금은 잊힐까라는 기대도 있었다. 비행기표를 예매한 4월 부터 손꼽아 기다렸다. 다행인지 일이 너무나 바빠서 6개월은 빠르게 지나갔다.
튀니지 여행 갈거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중 하나는 “튀니지? 거기가 어디야? 혼자?”였다. 튀니지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인데 광광객들이 많은 모로코나 이집트보다는 더 생소한 나라이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간 이유는 그곳에 튀니지 출신 친구 레일라가 있어서였다. 샌디에고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 레일라는 지금 까지 약 20년을 샌디에고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약 1년 정도 고향 튀니지에 돌아가서 지낸다는 소식을 내게 알렸다. 이제까지 한 번도 못가본 북아프리카 지역과 사하라 사막도 가보고 또 몇 년 동안 못봤던 친구와도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매우 괜찮은 여행지로 느껴졌다. 게다가 이렇게 낯선 지역에서는 로컬인 친구가 있는게 엄청난 도움이 되니 레일라의 소식을 듣고 망설이지 않고 비행기표를 예약해었다.
여행 일정은 추석 연휴가 끝날 무렵 부터 2주간 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 맞는 나의 생일날 저녁에 공항으로 떠나는 일정이었다. 아빠가 없이 보내는 첫 생일에 여행을 가면 정신이 없어서 좀 덜 슬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잡은 일정이었다. 추석 연휴에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체력이 안 좋아져서 그런지 예전의 넘쳤던 여행력(?)이 다 사라져버려서 그런지 짐을 싸는 것 부터 피곤하고 가기도 전에 이렇게 지쳐버리면 가서 제대로 놀 수 있을지 좀 걱정이 됐다. 공항으로 떠난 생일날, 처음 타보는 미금역에서 공항버스를 놓쳐버리고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고, 카타르 항공에 줄은 너무 길어서 진이다 빠져버렸다. 나의 기대 예상대로 정신없기는 성공! 그래도 사실 아빠 생각은 계속 났고 그 와중에 오랫만의 여행이라 설레이기는 했다.
10월 9일 낮.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도착. 도하 공항을 거쳐 기나긴 비행을 마치고 튀니스 공항에서 내려서 짐을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조금은 노후해 보이고 아주 천천히 돌아가는 밸트를 한참을 바라보며 기다렸는데 짐이 나오지 않아 제발 내 짐이 무사히만 도착했으면 좋겠다라고 빌었다. 다행히 마침내 짐은 잘 도착했고 밖에 나가니 친구가 활짝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 밖에 나가 도심을 지날 때는 조금 엉망 징창인 거리를 보니 아프리카 바이브는 역시 이런가하는 생각과 나 튀니지 오길 잘한거 맞겠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엉망징창 거리는 사진을 안찍었고 예쁜 것만 찍음)
친구 아파트는 중심가에서 동북부에 위치한 바닷가 근처 Gammarth이라는 곳이다. 엉망징창이었던 도로와는 떨어져있어 한적하고 평화로웠고 이런 동네에 사는 친구가 조금은 부러웠다. 그리고 아파트에 도착하니 친구의 강아지 민스키가 나를 반겨줬는데, 이미 샌디에고에서 본적도 있고 순한편이지만 도베르만이라 엄청 크게 컹컹 짖으면 이러다가 물리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살짝은 무서웠다. 친구 아파트 발코니에서는 멋진 바닷가 뷰가 있었고, 내 방도 따로 있었는데 햇살이 잘 들고 꽤 큰데다가 화장실까지 딸려 있어서 지내기 편한 곳이였다. 이렇게 친구집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