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느 가족>
제 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어느 가족Shoplifter>(2018)은 개인이 경험하는 가장 작은 사회인 가족의 결핍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 한 집에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그것의 소제목처럼 어리고 어딘가 지저분한 인상을 주는 소년 쇼타 시바타(죠 카이리)와 어벙하고 수더분해 보이는 중년의 남성 오사무 시바타(릴리 프랭키)가 마트에서 컵라면과 주전부리를 훔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자신들의 미션에 성공한 이 수상한 콤비는 추위에 동동 떨며 집으로 돌아가던 중 빌라 복도에서 홀로 무언가를 뒤지고 있던 쥬리(사사키 미유)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리고 가면서 일련의 사건이 전개된다.
인물들은 다 각자의 사연과 비밀들을 품고 있다. 그러한 그들이 자연스레 하나 둘 모여 같이 생활하게 된 계기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나름의 질서대로 서로 유대하며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 이건 유괴라며 쥬리를 외면하고 집으로 되돌려 보내려던 노부요(안도 사쿠라)는 어느새 쥬리의 아픔을 감싸고 눈물을 흘린다. 오사무를 아빠라 부르지 않던 쇼타는 비록 직접 그에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그를 지나쳐 가는 버스 안에서 그를 향해 아빠라 부른다. 이들은 점차 동화되며 함께 웃고 울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다.
<어느 가족>에 등장하는 이 새로운 유형의 가족 형태는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족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가족이란 본디 법적인 관계나 혈통으로 묶여 있는 사람들의 모임을 뜻하는 말이지만 재미있게도 우리는 가족이란 말과 함께 식구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식(食)’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긴밀한 것임은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생각이다. 특히 동양 문화권에서는 일종의 ‘정’이라는 관념이 존재하는데 이를 가장 쉽게 드러내는 방법이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족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비록 피가 섞이고 법적인 호적으로 묶인 사람들은 아니지만 영화 중간 중간 마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족은 아니지만 이들은 식구로서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의 중반쯤 무더운 여름날 처마 밑 좁은 마루에서 옹기종기 모여 불꽃놀이를 듣는 장면이 나온다. 불꽃놀이는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시각적으로 보는 것인데 이들은 보이지 않기에 그저 소리를 들음으로써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런 다소 아이러니한 장면은 이 가족들에게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같이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식구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꽤나 색다른 유형의 새로운 가족의 정의로 다가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느 가족>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어느’라는 관형사가 지니고 있는 뜻과 같이 꼭 집어 말할 필요가 없는 막연한 모습의 가족의 형태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