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montage

그러니깐 결론이 뭐냐면...

by 글치로


삶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나는 몰랐고 누구라도 몰랐다. 그렇게 추운 겨울에 나는 밖으로 나왔고 누구라도 나왔을까. 오늘은 굶어야겠다 하고 생각하며 음식점 거리를 지나다니는 것이었다. 땡그랑땡그랑 자선냄비를 지나치고 나는 골목으로 들어가 담배를 슬쩍 집어 불을 붙였다. 틈새로 보이는 연인들을 보니 나도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란 이유 없는 용기가 들었고 담배 연기가 내 시야를 가렸다. 관음증은 나 같은 사람들에겐 독이다.


꽁초를 비벼 끄고 다시 거리로 나와 갔던 길을 다시 한번 간다. 금세 새로운 사람들이 다시 거리를 매웠고 나만이 여전히 거리에 부유하고 있다. 지겹다 싶어서 벤치에 잠시 앉아 헛된 공상이나 하며 시간을 때운다. 항상 있던 야채 파는 할매가 오늘은 안 보인다. 거리는 행복의 기호. 좋지도 싫지도 않다. 다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은 즐겁다. 그들의 행복에 공감하며, 그리고 그들을 거슬려하며.



양질의 텍스트란 어떤 것일까 생각하다가도 아 난 글솜씨가 없구나 하고 단념하는 일. 아는 척하기 바쁜 입들을 보면 꼴 보기도 싫다가도 나는 뭐 다른가 하며 혼자 쪽팔려하는 일.


죽음에 대한 글은 이제 쓰지 않기로 했다. 그것에 대한 나의 생각은 중3 때 멈춘 지 오래고 거기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잘 없다. 그리고 이미 끝난 이야기를 길게 물고 늘어지며 고상한 척하는 게 싫다. 이제는 좀 더 작은 이야기들이 좋다. 아주 작고 금세 휘발되는 시시한 이야기들. 이제는 그런 것들이 아름다워 보인다.


삶은 무의미하고 죽음만이 확실한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인데 왜 모두들 확실한 것만을 추구하나. 무의미하고 모호한 것들 - 투쟁, 사랑, 울음, 굴욕 이런 것들이 삶이며 죽음에 반항하는 유일한 길인데. 사실 이런 게 가장 힘들다.


요즘은 일기도 안 쓴다. 이거 한다고 뭐 변하는 거 같지도 않고. 기억이 더 오래가는 것도 아니고.... 원래 기억은 의미 없는 거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좋을 대로 기억하니깐. 신 없는 세계에서 투쟁하는 방법 중 하나인 추억팔이주의를 나도 한때 동의했었다. 근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방법이 있나?


내 노트에 쌓여있는 노래들은 모두 가사가 없다. 그럴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가사를 잘 못 쓰겠다. 이것도 연습을 해야 늘겠지만 하기 어렵다. 왜냐면 오글거려서. 내가 보기에 모든 싱어송라이터들은 아직 중2병이 덜 나았다. 나는 천성이 낯짝이 두껍질 않아서 종종 가사를 써 놓곤 혼자 쪽팔려하며 베개를 팡팡 친다. 블로그 글도 썼다 지웠다 한다. 이것도 무슨 병명을 붙여야 할 듯. 고2병?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닐 텐데..


나는 왜 이렇게 음악이 좋을까?



크리스마스 트리. 이 나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어 매년 모든 사람들이 다시 기억을 꺼내려 이곳에 올까. 겨울이 한창인 거리에서 울적해지지 않을 수 있다. 폐지들을 온몸으로 꼭 끌어안은 노인을 보았다. 그는 이 나무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아무래도 그는 다시는 폐지들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아 했던 것 같다. 나 또한 다시는 폐지들을 떨어트리고 싶지 않았다. 폐지들을 잃고 나는 쓰네-

다시 음식점 거리를 걷는다. 행인들은 부푼 마음을. 나는 사랑을 지지한다. 그러니깐 폭력을 반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깐 결론이 뭐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