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속 생존일기
네 마리의 문어는 사소한 개인적 포기와, 온갖 사회의 불안과 혐오, 어쩔줄 모르겠음이라는 상황 앞에 놓여있다. 이러한 난중에 어차피 처절히 외로운 방에 앉아서 각자도생으로 글을 읽으며 지낼 바에는, 주변상황과 나 자신을 관찰하며 재미난 글과 사진으로 이뤄진 일기라도 써보자고 어느 문어가 제안했고 그렇게 우리의 교환일기는 시작 되었다.
긴 호흡의 글은 매거진의 형태로 브런치 <코로나시대 속 생존일기>에 연재하며, 03월 23일을 기점으로 두 달간 기록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 더 길어지거나 혹은 더 짧아질 수도 있다)
또한 리얼타임으로 늦은 10시 04분의 각자의 모습을 담아 일하는문어들 인스타그램의 포스트와 스토리로 발신 중이다.
네 도시에 사는 네 마리의 문어 프로필
수아 : 내년이면 서울에 올라온 지 꼭 10년이다. 이제는 고향 이름을 말하는 것보다, 서울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으면서도 서울은 잘 모르는 느낌이다. 학교 근처의 기숙사, 학사, 하숙집 등을 전전하다 2016년부터 독립해 혼자 살고 있다. 남들은 밖에 엄청 돌아다니는 줄 알지만, 사실 집에서 반경 500m를 잘 안 벗어나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은 뉴스를 다루는 일을 한다. 코로나19는 아직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던 ‘우한 폐렴’ 시절부터 알았다. 그 이후로 적어도 매일 한 꼭지 이상의 코로나19 기사를 보고, 썼다. 가끔 집 안의 평화로움과 바깥의 소란스러움 사이의 괴리가 커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야림 : 서울 차병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지냈다. 2018년 무려 일본에서 첫 자취를 시작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생활하다 돌연 유학길에 올랐다. 뭔지도 잘 모르는 '텍스타일디자인'을 공부하겠다며 와서는 결국 자기 하고싶은 거 하고 있다. 내 DNA는 전부 역마살로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집순이 DNA가 있었음을 코로나시대 속에서 발견. 안전불감증인 내가 한국의 철저한 감시체계에서 벗어나 방목형 국가에 던져지니 스스로 몸을 사리게 되었다.
동그라미 : 작년 여름까지 독일의 소도시 바이마르에서 공공예술을 공부했다. 이후 베를린에서 취직해볼 요량이었다. 갑자기 키우던 개가 많이 아파 마지막 곁을 지키고자 지난겨울 잠시 귀국했다. 그사이 코로나 19가 발생했고, 그 여파로 한국에 발이 묶이게 되었다. 자신의 진로 계획은 물론 전 세계의 모든 계획이 무너지는 것을 가만 바라본다. 그나마 아직 학기가 남은 남자친구가 독일이 아닌 한국에 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그렇게 다시, 김포에 있는 아파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지금 방은 학창시절이 담긴 작은 창고 같고, 가벼운 옷은 모두 독일에 두고 왔다.
뽈 : 지난가을부터 영국 런던에서 워킹홀리데이 중.
봄과 여름 휴가만을 기다리는 투잡러가 되어 긴 겨울을 견뎠다. 코로나19가 아시아에 처음 존재를 드러낸 당시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심심한 위로를 건네는 정도였는데, 이 고얀 녀석이 유럽으로 성큼 다가와 발목을 잡더니 이젠 숨통마저 조인다. 덕분에 워킹도 홀리데이도 모두 증발. 셧다운이 내려진 유령도시에서 방에 꼼짝없이 갇힌 반실직자 신세가 된 지금은 낑낑거리며 보조금 신청서 작성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