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안긴 도시가 소리 없이 깔려있다.
자동차들의 움직임만 까마득히 보이고, 간혹 반짝이는 불빛들이 마치 하늘의 별빛을 닮았다.
멀리 바라본 도시는 얌전하다.
눈 아래 세상,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무수한 사람들.
순간 가슴에 찬바람이 든다.
누군가 생각이 났던 것인가, 아니면 누구도 생각나지 않았던 것인가.
지금 보이는 세계보다 더, 더, 더 큰 세계 안 나는 얼마나 보잘 것 없고 하잘 것 없는 존재인지...
불현 듯, 아니 기다렸다는 듯 떠오른다.
그럴 리 없다 고개를 젓는 한 사람.
그래, 무엇인가를 가능케 한 사람.
나, 내 안의 모든 것에 의미와 가치를 주는 사람.
_이 있으니, 개미처럼 작은 나는, 다시 ‘시작’을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