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따를 때.
물이 좋은 마을.
불을 끄면 방안으로 반딧불이가 들어와 빛을 내주는 마을.
내가 사랑하는 한 노부부가 정겨움으로 사는, 그래서 어쩐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마을.
삐리를 불고, 소꿉을 하고, 꽃잎 따기를 하며 외롭게 오르던 길의 끝에 자리 잡은 산 밑, 집.
그곳에 왔다.
그 때, 나는 산이 좋았다.
멀리 집이 보일 즈음, 희미하게 코를 찌르는 산 내음이 먼저 내게 온다.
봄에는 다채로운 꽃들이, 여름에는 유록빛 나뭇잎들이, 가을에는 잎을 다 태운 단풍들이, 겨울에는 소복한 눈이 내게 병풍이 되어주었다.
외로웠고, 또한 풍요로웠다.
네가 있을 리 만무한 이곳에서, 어쩐 지 나는 너를 더듬고 있다.
시공간을 넘어 ‘너’를 추억하고 있으니,
익숙했던 곳이 순간 낯설고, 또한 서늘해진다.
존재 자체가 그리움을 부르고, 사랑을 부르는,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사람.
남은 시간 이곳에서, 기꺼이 행복처럼 그리움을 따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