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_ 16 : 리스트뱐카, Hotel Priboy(호텔 프리보이)
20170206→0207, 저예산 쿼드러플(Budget Quadruple) 룸, 3명
이르쿠츠크에서 리스트뱐카(리스트비앙카)로 도착하자마자 우선 호텔로 향했다. 아직 체크인 시간에는 미묘하게 이른 시점이었지만, 짐이라도 맡길 요량이었다. 이미 오전 중에 캐리어를 끌고 눈길을 다니는 데 질려버린 터라 최대한 빨리 손에서 놓고 싶었다.
다행히도 호텔의 위치는 버스에서 내린 장소와 2~3분 정도의 거리로, 상당히 가까워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갔는데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아니었기에 없는 것 같았는데, 인력이 부족한 호텔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객실 정리를 하는 등 다른 업무로 자리를 비우거나, 아니면 근무 시간이 그때 이후부터라서 자리에 없는 것이다. 어차피 밖에 나가 있어봤자 춥고 짐을 들고 다녀야하므로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고자 하였는데, 우리들의 인기척이 느껴져서인지 위층에서 사람이 내려왔다.
다행히도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체크인을 하게 해주었다. 이렇게 해주면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드므로 상당히 기쁘다. 호텔의 경우에는 방이 일찍 준비되었을 경우 이렇게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호스텔의 경우에는 보통 얄짤없다. 호스텔은 대부분 정각이 되어야만 받기 시작하고, 그 전에 도착한 사람들은 줄서서 기다리거나 적당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역시 호텔이 돈을 더 내는 만큼 편안하다.
안타깝게도 직원이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 소통이 원활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체크인 정도는 간단한 영어로 가능하므로 전혀 문제가 없었고,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내 이름과 예약 내역을 보여주고 확인을 받은 뒤 키를 건네주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잠금장치가 정교하지 않은 것이라 쉽게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정교한 락픽 없이 철사 두 개 만으로도 열릴 것 같아 보였다. 만약 귀중품이 있다면 방 안에 그냥 놔두고 다니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방으로 올라가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복도와 계단을 상당히 넓게 쓴다는 점이다. 보통 도심의 호텔들이 로비는 넓게 할지언정 각 층 로비와 복도는 좁게 하여 객실을 최대한 욱여넣는 것과는 대비된다. 그리고 내부 구조가 미묘하게 공간감각을 상실하게 만드는 구조라서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 되었다.
저예산 콰드러플 방이라서 그런지 전망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창밖으로는 그냥 옆에 있는 바이칼 물범 수족관이 보였고, 늦은 시간에도 밖에 있는 조명이 약간 비추어져서 완전히 어둡게 있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있을만했다.
그래도 방은 청결하고 넓었는데, 4인이 쓸 공간을 3명이서 쓰니 더욱 그러했다. 트리플 룸도 있었지만 일부러 쿼드러플을 선택했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3명 숙박 기준으로 쿼드러플 룸이 더 넓으면서도 쌌기 때문이다. 대신 그래서 그런지 3개의 침대만 세팅이 되어 있었고, 한 침대는 얇은 요만 덮어져 있어서 쓸 수 없었다.
화장실도 넓고 청결했으며, 온수의 이용에도 문제가 없었다, 다만 화장지가 조금 저질이라서 민감한 사람들은 주의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없어서 결국 켤 수 없었는데, 직원에게 한 번 물어봐서 들은 대로 했는데도 잘 되지 않아 포기했다. 사실 난 텔레비전을 무의미하게 길게 틀어놓는 것을 혐오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별로 없어서 대충 대응한 것도 있다. 오히려 덕분에 안 켜게 되어 좋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1층에는 각종 음식들과 음료를 파는 카페가 있었다. 카페라고 부르지만 커피전문점이 아니고 간단한 식당인데 음료만 마셔도 되는 곳으로 이해하는 편이 낫다. 아침식사를 여기서 제공하는데, 오트밀과 팬케이크와 치즈·오이 등을 주었다. 간소하지만 괜찮은 식사였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면 메뉴판을 보고 추가 주문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사우나(반야, Banya)가 있다고 적혀있지만 직원에게 물어보니 겨울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성수기에만 하는 것 같은데, 여름에 땀을 빼는 것도 좋지만 한겨울에 하는 것도 상당히 괜찮은데 경험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만약 가능했다면 여행 중간의 활력소가 되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사실 호텔의 부대시설은 그다지 이용하지 않는 편인데, 가격대가 대부분 미묘하게 비싼 것도 있지만 밖에서 시간을 다 소모해버리는 터라 호텔 내에서 여유롭게 있을 시간이 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숙박요금에 포함되어 있으면 종종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래도 쓰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에 좀 이용해보려나라고 생각 했는데 불발이 되어 아쉬웠다.
투숙객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호텔은 상당히 한산한 편이었다. 호텔 직원도 한 명뿐인 것 같았다. 애초에 이곳은 여름에는 사람들이 엄청 모여들지만, 겨울에는 조용한 편이고, 겨울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숙박을 하기보다는 당일치기로 끝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녁이 지나면 동네 자체가 상당히 조용해진다. 혹자들은 그러한 모습에 불안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적막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입지가 상당히 괜찮은 편인데, 노천시장과 마을 내 유일한 ATM과 작은 상점 등이 다 근처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버크래프트(공기부양정)를 타는 곳도 근처에 있어서 이용하기 편리하고, 버스 타는 곳과 가깝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괜찮다는 평이 많은 식당들과는 좀 떨어져 있는 편이라서 아쉬우며, 케이블 카나 개썰매 타는 곳이나 박물관 등과도 거리가 제법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긴 산책 삼아 걸어갈만한 거리 정도는 되며, 급하거나 귀찮으면 콜택시를 타면 된다.
리스트뱐카(리스트비앙카)에서 숙박을 굳이 해야 하냐는 물음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향해서 바라보는 일몰과 일출이 상당히 아름답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면 꼭 하루 숙박할 것을 권장하고 싶다. 아쉽게도 일몰 때는 바빠서, 일출 때는 몸이 너무 피곤해서 사진을 찍은 것이 없기 때문에 직접 보여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체크인을 하자마자 밖으로 나섰는데, 리스트뱐카는 비수기였지만 괜찮았으며, 눈 덮인 바이칼 호(湖)도 아름다웠다.
설명에 ⓒ가 붙어있는 사진과 타이틀만 직접 찍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