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사장님, 왜 가게 문을 닫나요?

100만 원짜리 검이 6개월 뒤 30만 원이 되는 마법

by 다빈

디지털 자영업자인 나에게도 '폐업'의 공포는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리스크와 내가 실제로 체감하는 리스크는 조금 다르다.


1. "계정 정지 당하면 어떡해요?" (외부 리스크 1) 주변 지인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본캐릭터 스펙 업을 위해 부캐릭터(다계정)를 돌리다가 정지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이아(재화)를 옮기는 과정을 게임사는 '이상 거래'나 '작업장'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역설적이게도 '투자'가 나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게임사 입장에서 무과금 다계정 유저는 서버 비용만 축내는 '불량 고객'이지만, 나처럼 꾸준히 결제를 해온 계정은 '우수 고객'이다. 일종의 '보호색'이랄까. 나는 적당히 돈을 쓰며 게임사가 용인하는 선 안에서 움직인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장사꾼은 없으니까.


2.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면 (외부 리스크 2) 더 무서운 건 '섭종(서비스 종료)'이다. 내가 피땀 흘려 키운 캐릭터와 아이템이 데이터 쪼가리로 산화하는 순간, 나는 강제 실직자가 된다. 자본금 회수는커녕 모든 게 '0'으로 수렴한다.


그래서 나는 '안목'을 믿는다. (4화에서 언급했듯) 나는 갱생의 여지가 없거나 단기적으로 먹고 튀려는 게임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운영하고, 경제 구조가 탄탄한 게임을 고르는 눈. 그것만이 나의 고용 안정을 보장한다.


3. 진짜 공포는 내 안에 있다 : 감가상각의 늪 (내부 리스크) 내가 진짜로 경계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감가상각'이다.


게임 아이템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 오늘 100만 원 주고 산 명검이, 6개월 뒤엔 30만 원짜리 몽둥이가 되어 굴러다닌다.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면 기존 아이템은 구닥다리가 되는 것이 이 바닥의 섭리다.

가끔 시장에 "급처합니다"라며 싸게 올라오는 고스펙 계정들을 볼 때, 내 안의 악마가 속삭인다. "야, 저거 사서 돌리면 이득 아니야? 엄청 싼데?"


이때 덥석 물면 망한다. 싸다고 무턱대고 계정을 늘리면,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계정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100만 원을 벌기 위해 샀는데, 계정 값이 200만 원 떨어지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4.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즐거움 과거에 취미로 게임을 할 때는 이 감가상각이 두렵지 않았다. 그때는 '소비' 자체가 목적이었으니까. 몇백만 원을 쓰고 즐거웠으니 그걸로 된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생산자다. 가치 하락보다 더 빠르게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떨어지는 칼날(시세 하락)을 피하고, 적절한 시기에 현금화하여 통장에 꽂아 넣는 것.


예전처럼 팡팡 돈을 쓰며 느끼는 도파민은 사라졌지만, 대신 다른 재미가 생겼다. 차곡차곡 쌓이는 재화를 보며 느끼는 '수확의 기쁨'. 100만 원짜리 검이 30만 원이 되기 전에 뽕을 뽑고, 그 수익으로 맛있는 저녁을 사 먹는 현실적인 행복.


리스크는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감가상각의 그래프보다 한 발짝만 먼저 움직인다면, 이 가게의 셔터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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