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원짜리 골프채보다 게임 아이템이 가성비 좋은 이유
명절 때마다 본가에 내려가면 어머니의 레퍼토리는 변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보며 혀를 차신다.
"에휴, 나이 먹고 아직도 게임이냐. 그 시간에 나가서 운동이라도 좀 해라."
어머니,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운동보다 중요한 '수금' 중입니다. "엄마, 나 이걸로 돈 벌어! 지난달에도 100만 원 벌었어." 라고 항변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쯧쯧, 세상 말세다" 라는 잔소리뿐이다. 부모님 눈에 나는 그저 화면 속 인형놀이에 빠진 철없는 아들일 뿐이다.
1. "그거 디지털 쪼가리 아니야?"
친구들의 반응도 반반이다. 주식을 하거나 코인을 하는 친구들은 그나마 이해를 하지만, 게임을 모르는 친구들은 질색을 한다. "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데이터 쪼가리에 몇백을 쓴다고? 안 아깝냐?"
물론 회사에서는 입도 뻥긋 안 한다. 점심시간에 주식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하면서, "저 어제 리니지에서 칼 팔아서 50만 원 벌었어요"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딱 좋으니까. 정말 친한 지인에게만 털어놓으면 반응은 둘로 갈린다. *"와, 그런 세상이 있어?"*라며 신기해하거나, *"나도 좀 알려줘"*라며 눈을 빛내는 사람들. 특히 40대 과장님들이 의외로 관심이 많다. 그들은 안다. 월급 외 수익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2. 상무님의 '골프채 이론'
사실 나는 이 부업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게임 모임에서 만난 한 대형 컨설팅 회사 상무님의 말씀이 내 가치관을 바꿔놓았다.
"박 대리, 골프채 하나 사면 얼마지? 쓸만한 건 200만 원 넘지? 그거 한 달에 몇 번이나 휘두르나? 기껏해야 필드 서너 번 나가면 끝이야. 게다가 치면 칠수록 기스 나고 똥값 되잖아."
그는 맥주를 들이키며 말을 이었다.
"근데 게임 아이템 봐라. 200만 원짜리 검 사면 내 캐릭터가 24시간 365일 휘두른다. 잘 때도, 밥 먹을 때도, 똥 쌀 때도! 가동률이 100%야. 쓰다가 질리면? 수수료 좀 떼고 팔면 현금으로 꽂혀. 자, 뭐가 더 가성비가 좋냐?"
그 순간 머리가 띵했다. 맞다. 사람들은 골프나 낚시 장비에는 관대하면서, 왜 매일매일 효용을 주는 게임 아이템에는 인색할까? 나는 롤(LoL) 폐인처럼 하루 종일 모니터만 보고 있는 게 아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퇴근길 버스에서 클릭 몇 번으로 100만 원을 만든다. 이보다 더 가성비 좋은 취미이자 부업이 세상에 또 있을까?
나는 오늘도 당당하게(물론 속으로만) 외친다. 나는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다. 가장 효율적인 디지털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