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쌀먹이 내게 남겨준 것들
어느덧 이 '이중생활'도 꽤 오래되었다. 처음엔 120만 원짜리 카드를 주운 대학생의 행운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매달 월세를 책임지는 든든한 파이프라인이 되었다.
물론 평생 이 짓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동체 시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고, 언젠가는 리니지보다 더 복잡하고 새로운 메타버스가 등장해 나 같은 '구세대 쌀먹'을 도태시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나는 미련 없이 마우스를 놓을 생각이다.
하지만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학교나 회사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야생의 경제학'**을 배웠으니까.
수요와 공급의 원리: 모두가 원하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눈.
리스크 관리: 몰빵 하지 않고, 분산 투자하고, 치고 빠지는 타이밍.
레버리지(Leverage): 내 시간을 쓰지 않고 시스템(자동 사냥)을 돌려 수익을 내는 법.
이 경험들은 훗날 내가 진짜 주식을 하든, 부동산을 하든, 아니면 치킨집을 차리든 내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게임 속 세상은 현실 경제의 축소판이었고, 나는 그곳에서 꽤나 치열하게 장사를 배웠다.
퇴근 후 텅 빈 자취방. 적막을 깨는 건 윙윙 돌아가는 컴퓨터 팬 소리뿐이다. 나는 오늘도 넥타이를 풀기도 전에 모니터를 켠다.
화면 속 내 캐릭터는 여전히 묵묵히 칼질을 하고 있다. "수고했다. 오늘도 월세 벌러 가자."
나의, 그리고 모든 어른들의 '생산적인 딴짓'을 응원하며.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