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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 Jan 06. 2024

28년 만의 휴가(1)

콩알이의 달콤한 속삭임

 콩알이가 영국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다. 어릴 때 살던 곳을 다시 가면 어떤 기분이 들까? 괜스레 내가 설렜다.

 어느 날, 콩알이가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엄마, 언제 올 거야? 끝날 때쯤 와서 같이 유럽 여행하자! 지금 아니면 엄마랑 언제 유럽 여행을 하겠어?”

  마침 오랫동안 해오던 수업을 얼마 전 정리하고 쉬던 참이라 솔깃했다. 결혼 후 지금까지 여름휴가는 언제나 지방에 있는 시댁으로 다녀왔고 일 때문에 따로 휴가를 더 내지도 못했더랬다. 가끔 가족여행을 다니긴 했지만 늘 시간에 쫓겨 제대로 휴가 기분을 느낀 적이 없었다.

  “아예 한 달 다녀올까?”

  장난스레 남편을 떠봤다. 28년 동안 남편의 출장 이외에는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던 터라 반응이 궁금했다. 그런데 남편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가는 김에 더 놀다 와. 두 달 정도 다녀올래? “

  으응? 뜻밖의 대답에 당황한 건 나였다. 이럴 땐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무조건!

  “그거 좋다! 진짜 그래도 되지? 그동안 휴가 못 쓴 거 제대로 쓸게!”

  이번엔 남편이 당황한 눈치다. 하지만 한번 뱉어 놓은 말을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옆에서 감자와 콩알이가 다 듣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긴 휴가는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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