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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얏삐 Apr 29. 2024

#제로웨이스트

환경을 위한 개개인의 움직임만으로, 변화가 생겨날 수 있을까

동생과 대화의 시작은 '포토카드 꾸미기'부터였다. 포토카드 한 장 한 장을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넣고, 그 위에 수많은 반짝이 스티커를 붙여 꾸미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낭비되고, 미세 플라스틱이 생겨나는지.

큰돈을 벌고 청소년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아이돌들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행동을 보여주면 참 좋겠다는 이야기를 며칠 만에 또 했다. 나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이끌어야 하고, 대중에게 선망성 있는, 따라 하고픈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는 아이돌들이, '화려한 소비'를 끊임없이 이어가지 않고서는 자신의 직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때로는 정말 환경이나 사회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의 특성상 보여야 하는 그 '빛나는 모습'으로 인해 끝없는 가치관의 증명을 요구받고, 위선자가 되어 더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으로서 환경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상을 가진 동생과는 달리 나는 비관적이었다. 동생은 개개인의 노력은 작지만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선한 영향력의 전파'를 믿는다고 했다. 봉사가 필요한 순간에, 내가 친구들을, 그 친구들이 또 친구들을, 그 친구들이 또 친구들을 ... 데려오면 수많은 인력이 모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는 .. 그렇게 모아서 한 3명 모이지 않겠냐고 했다. 내 주변인의 마음이나 가치관을 믿지 못해서라기보다는, 현실에서,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바쁜 와중에 그럴 만한 여유를 낼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계산에서였다.

나는 또다시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작은 개인이 환경을 위한 노력을 하더라도, 대규모의 기업체들이 환경을 망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면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이윤 창출'이라는 목표를 가진 기업체들이, 그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모든 것을 수단화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없어지지 않는 한, 개개인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너무 크다는 주장이었다. 사람을, 환경을, 법을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이용하는 양심적이지 못한 기업체들이 아니더라도, 올바른 생각으로 기업을 운영하려는 기업에도 '실적'과 '성장'에 대한 투자자와 이사회의 압박이 그 선한 움직임을 만들기 어렵게 할 거라고 말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요즘의 ESG 행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형식적이고 후순위 목적이라 하더라도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에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말하면서, 마음 한구석에서 불편함이 몰려왔다. 회사에서, 또 주말에 급하게 카페에서 음료를 먹어야 할 때면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 매번 텀블러를 사용해야지 떠올려보지만 쉽사리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동생 말대로, 선한 영향 때문이건, 또는 나 스스로의 이러한 불편한 마음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건, 조금씩 알아가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불편할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환경에 더 나은 행동들을 시작하고, 소비자로서 윤리적 행보의 기업을 골라 소비하는 데에서 변화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선한 변화를 위한 행동을 내 몸에 체화시켜 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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