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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얏삐 Apr 29. 2024

#routine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나만의 향기가 될 때까지

최근 몇 달 동안 생활 속에 '루틴'을 자리 잡게 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직장 생활 이후, 루틴의 어마무시한 힘을 깨달아버렸다. 하루 체력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일을 하는 데 사용하고 나면, 퇴근 후 모든 작은 일들을 고민하고, 결정하고, 행동하기 위한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사소한 것들까지 옳은 선택을 하고 싶고, 좋은 결과를 내고 싶어 하는 나는 더욱더 일상이 버거워졌다. 중요한 선택에 쓸 힘을 남겨두기 위해서라도, 아주 아주 사소하거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은 자동화하고,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게 습관화해야만 했다.


아침에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고 물을 마시는 것. 어느새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퇴근하고 돌아와 침대가 어지러우면, 포기하는 마음으로 그 주변에 함부로 물건들을 던져 놓아 더 어지럽힐 뿐이었다. 하지만 침대가 정돈되어 있으니 오히려 정리되지 않은 주변까지도 정리하려는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몸을 움직이니 퇴근 후에도 기운차게 여러 활동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운동에 있어서, 꾸준함의 힘에 특히 감탄하고 있다. 항상 정말 '제대로', 숨이 찰 정도로 유산소를 하고, 근육통이 올 만큼 근력 운동을 많이 해야만 한다는 이상한 강박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날에는 집을 나서려 하지도 않았고, 약하게나마 운동을 한 뒤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날 하루의 운동이 어땠는지보다,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더 큰 효과가 있었다. 적게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더 이상 그 운동이 '숨 차지' 않으면 그 이상의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의 차이는 눈에 띄지 않아도, 어느새 달라져 있게 된다.


취미에서도 마찬가지. 무엇이든 일단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운 것들이 정말 나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몸속 선택지로 자리 잡는 과정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습관화가 아닌가 싶다. 지금껏 취미로 배우는 여러 가지 것들에 역시나 운동과 같은 완벽주의가 작용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특히, 노래처럼 컨디션에 많이 좌우되는 취미생활이 그랬다. 어떤 소절을 매끄럽게 부르는 방법을 배우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 감을 잡았더라도 다음날 다시 시도해 보면 되지 않는 게, 노래였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이면, 모든 장비와 도구를 집어던지고 (노래는 .. 악보를 집어던지고) 욕을 뱉고 그냥 훽 뒤돌아버리곤 했다 . .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은 날에도 되지 않는 상태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뭐, 안되는구나', 하고 그냥 계속해야 하더라. 착실하게 적게나마 연습을 계속하면서 몸에 익혀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 능숙해지고, 체화될 때까지 우직하게 계속하다 보면, 변화가 생겨났다.


습관을 들이는 일은, 투입하면 결과가 나오는 수학 공식보다는 오랜 기다림 끝에 2개의 마시멜로를 얻는 실험 같다. 내가 들인 노력을 당장의 성과로 받아보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과 생떼가, 스스로를 괴롭게 했다.

직장에서의 업무도, 영어 실력도, 환경을 위한 노력도, 사람들 향한 배려도, 예쁜 말습관도, 건강한 사고관도..


당장의 급격한 변화를 바라기보다는, 내게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향기가 될 때까지 꾹꾹 눌러 새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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