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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얏삐 Nov 08. 2023

인생은 기세다

한 마리 야생동물처럼 기운으로 밀어붙이기

‘인생은 기세다’라며 기세론을 외치고 다닌다. 일을 대할 때도 밀어붙여 일을 해내는 불도저의 마음가짐처럼 어려워 보이는 일에 주눅 들지 않을 때 결과가 더 좋다. 동물을 대할 때도, 심지어는 무서워하던 곤충을 대할 때도 나의 기세에 따라 상황은 달라졌다. (어쩌면 상황에 대한 내 해석과 기분이 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쫄지 않는 것’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인간관계에서는 특히 이 ‘기세’의 힘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강약의 구분이 확실하고, 피식자와 포식자로 나뉘는 자연과는 달리, 인간 세계에서는 물리적인 힘, 신체적 조건의 강약만을 비교하지 않는다. 지위, 부, 계층, 성별, 연령 … 여러 가지 기준으로 위계가 결정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우선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이러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사람을 대할 입장과 태도를 결정한다. (이게 잘못되면 선입견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 외에, 상대에게서 흘러나오는 분위기와 기세로도 강약을 판단하는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 ‘기운’에 많이 좌지우지된다. 물론 형성된 첫인상과는 상반되는 모습이 이후로 여러 번 나타난다면 이 판단은 깨질 수 있다. 그러니 아무런 근거 없는 기세는 금세 힘을 잃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는 동떨어진, 내 본모습과 다른 기세와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기세 좋은 첫인상을 형성해 둔다면, 이후의 행동들에 그 ‘선입견’을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내 주장과 행동들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1년 간은 그래서 나의 ‘기세’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에 대해 혼자 요리조리 고민했다. 고분고분한 을이 되지 않고 싶었고, 지레 나의 위치와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해 나의 생각은 숨기고 맹목적으로 동조하며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싶지 않았다. 실제 나의 모습과는 다른 과장과 연기로 껍데기를 포장하고 싶지도 않았고, 버릇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내 의견을 내는 것으로 내 기세를 만들어 가고 싶었다. 언제든 나를 지키고, 내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중에 비난으로 돌아오지 않을, 문제가 생기지 않을 나만의 기세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를 탐구했다.


내 결론은 확고한 기세는 ‘나다움’에 기반한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행동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의견이 공격이 되어 날아오는 세상에서, 기세는 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에서 온다는 것이다. 내가 단단히 내 행동을 믿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의식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럽고 태연자약한 행동이 있는 그대로 몸에서 배어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삶의 철학을 가지고 주변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의 것을 지킬 ‘야성’이 있을 때 한 마리의 야생 동물처럼 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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