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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PD Mar 14. 2021

30대로 돌아간다면 뭘 하고 싶으세요?

독한PD 에세이

당신이 76세의 노인인데
 30대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며칠 전 선배 PD와 함께 다큐멘터리 촬영차 울릉도에서 갔었다. 우리의 출연자였던 김등환 선생님은 바다가 그리워 은퇴 후 울릉도로 넘어와 산 지도 벌써 20년째다. 올해 나이 76세. 울릉도에서 20년을 보내는 동안 케이블카 전기 관련 일부터 해서 소도 키워보고 농사도 지었다.


이맘때 면 본인의 땅에 심어진 나무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작업을 한다. 우리는 이 작업을 촬영 중이었다. 김등환 선생님이 일하는 모습을 렌즈에 담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김등환 선생님처럼 70대 후반의 노인이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76세의 노인에게 30대 후반의 청년인

내가 물었다.


"선생님 다시 30대로 돌아간다면 어떤 걸 가장 먼저 하고 싶으세요?"


"할 거 많아. 살아와봤기 때문에 뭘 해도 될 것 같아.

자신 있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무엇이든지 하면 될 것 같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


특유의 호탕한 말투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나이가 들면서 쌓인 연륜과 지혜 그리고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세상을 평탄하게 살아보지 못했어.

지금부터 살면 평탄하지 않은 세상을 살더라도

내 마음대로 조리 있게 살아갈 것 같아”


김등환 선생님은 30대 후반에 다니던 전기 회사를 일찍 퇴직하고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다. 하는 사업마다 모두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악착같이 다시 일어섰고 50대 중반에 울릉도로 넘어와 집을 지을 곳과 농사지을 땅을 샀다. 서울에서 편하게 살 법도 했지만, 그에게 울릉도에 집 짓고 산다는 것도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렇게 20년을 울릉도에서 보내며 명이와 나물 농사 그리고 고로쇠 채취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일반 직장인 연봉보다 높다고 했다.


"(도전하지 않는 사람들) 보면 답답해.

뭘 해도 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빈둥 노는 사람들 보면 답답해.

자기가 열심히 하면 누구라도 도와줄 텐데.

실제로 그래. 살아보면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내 경험으로 보면..."


도전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에게 쓴 조언을 해주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열심히 하면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꼭 나타난다고 했다.


바다가 그리워 넘어온 울릉도. 그곳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문을 나서면 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실컷 바라본다. 그리고 깨끗한 공기와 물을 마시며 건강하게 말년을 보내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김등환 선생님. 거기에 땀 흘려 일한 돈으로 손주에게 적금 통장을 만들어 매년 용돈 50만 원씩 줄 수 있어서 더 감사하다고 했다.


다시 나에게 물었다.


'내가 70대 노인이 된다면 30대의 청년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나도 지금의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며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도전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더 생겼다. 그동안 일만 하느라 미뤄두었던 수영도 다시 시작하고 차를 달여 마시는 전통예법인 다도에 대해서도 배워보기로 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묻습니다.


당신이 76세의 노인인데
 30대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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