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PD 에세이
유튜브는 하고 싶은데, 유튜브 하기 두려워요.
아이러니하다. 유튜브는 하고 싶은데 유튜브 하기 두렵다니.
나 역시도 그랬다. 유튜브는 하고 싶은데 막상 도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화면 속에 내 모습이 나오는 것이 오히려 두렵게 느껴진다.
'내 주변 사람들이 보면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악플이 달리면 어떡해야 할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면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우리가 매일 보는 유튜버들은 어떤가? 굉장히 친근하고 말도 잘한다. 어쩌면 저렇게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들도 처음부터 잘했을까?
그래도 유튜브 시작하겠다고 주변에 자신 있게 선포했으니 빨간 녹화 버튼이라도 눌러야 할 것이 아닌가?
자신 있게 빨간 버튼을 누르고 렌즈를 바라보지만...
'(하아..)'
숨이 턱 막히고 입이 안 떨어진다.
어렵게 입을 떼고 허공에 혼잣말하고 있는 내 모습...이 왜 이렇게 어색한 건지.
이런 모습을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더 겁이 났다.
그나마 렌즈라도 사람 눈처럼 생겼다면 좀 나을 텐데.. 감정 없는 기계의 렌즈를 보고 혼잣말하는 것은 유튜브 포기자로 가게 한다.
그래도 완성해보자는 마음으로 촬영을 꾸역꾸역 마쳤다. 처음 촬영한 영상은 정말 내가 봐도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컷 편집을 하고 음악을 넣어서 그럴싸하게 완성본이 나왔지만 다시는 보기 싫은 내 인생 영상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첫 영상은 업로드한 지 몇 개월 후 내 유튜브 채널에서 삭제됐다. 1년이 지나도 그 영상을 다시 열어보면 내가 아닌 것 같다. 내 모습을 포장한 다른 낯선 사람 같다고 표현해야 할까?
'내가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내 말투와 목소리가 왜 이러지?
말할 때 내 손동작은 이렇구나.
말할 때 나는 눈 깜박임이 심하구나'
하지만 이러한 내 모습은 남들이 바라보는 내 모습이었다. 그동안 나만 보지 못했던 것이다.
왜? 살면서 우리는 사진을 주로 촬영하지 영상을 촬영할 일이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거울을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 정지된 이미지의 '나'와 친근하다. 그렇기에 시청각적으로 살아있는 영상 속의 '나'는 당연히 낯설 수밖에 없다.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유튜브를 하면서 영상 속의 내 모습을 자주 봐주는 것이다. 사람도 자주 보면 친근해지듯이 내 모습도 자주 보면 친근해진다. 그러면서 내 모습을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1년 동안 콘텐츠를 만들고 유튜브에 업로드하게 되면서 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화면 속에 나오는 내 모습이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경험...
화면 속 '나'를 지속적으로 보게 되면서 내가 나를 받아들인 것이다. 더 이상 주변 사람들 의식을 안 하게 되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오히려 내 채널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능글맞게 구독 요청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화면 속의 내 모습이 나오는 것이 이제는 두렵지 않게 되었고 누가 보던 안 보던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올라갔고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면서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또한 화면 속의 주인공이 되면서 내 삶을 더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몸은 더 바빠졌다. 본업을 하면서 매주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무척 힘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를 통해서 분명 나는 성장했다. 누군가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유튜브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