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험은 작년보단 무조건 잘 칠 거란 확신이 있었다. 작년엔 10년 만에 처음 공부한 거다 보니 시험에 대한 감도 없었고 기초적인 내용도 몰랐다.고전문학 용어, 수능 영어 단어도 모르고 심지어 사칙연산도 못하겠어서 기초 개념 위주로 공부한 건데 수능 점수가 그리 나쁘게 나오진 않았었다. 혼자 풀어본 6월, 9월 모의고사 점수보다 낮게 나오긴 했는데 그래도 수도권 4년제 대학을 넣을 수 있는 점수긴 했었다.
이제 국어, 영어, 한국사 과목은 어느 정도 틀을 잡아놨으니 올해는 취약한 수학과 사탐 공부에 주력했었다. 과탐에서 사탐으로 변경한 건데 공부량도 훨씬 적고 문제 수준도 낮아서 6월, 9월 모의고사나 역대 기출문제들을 쉽게 풀 수 있었다. 수학은 뭐 여전히 자신 없지만 공부는 계속했으니 점수가 올랐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실제 수능 결과는...
국어는 시험장에서 쉽게 풀려서 다 맞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진짜 개개개개털렸다. 작년보다도 더 낮고 무슨 생전 처음 보는 점수가 나왔다. 왜일까..
수학은 뭐 작년과 비슷비슷했다.
영어도 비슷비슷
사탐은.. 기존 기출과 다른 처음 보는 문제 유형들이 나왔는데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다. 사설 모의고사처럼 나왔다고 하더라. 작년 과탐도 그렇고 탐구가 수능날 배신을 많이 하는 듯 ㅠㅠ 진짜 엄청 많이 틀렸다..
한국사나 중국어는 비슷비슷
결국 작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점수가 낮아졌다.
말이 되나요? 재수를 했는데 점수가 떨어질 수 있는 건가요?
허무함이 너무 커서 정시 지원을 아예 안 했다.
내년에는 코로나가 더 풀려서 출근을 계속할 텐데 이보다 더 점수가 떨어지게 될까 봐 걱정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원초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건 맞는지? 나는 혹시 공부 머리가 아닌 건 아닐까? 대학을 다시 가는 건 맞는 걸까? 이 취업난 시대에 멀쩡한 IT회사를 그만두는 게 맞나? 그나마 일자리 구하기 쉽다는 공대 학력을 지우고 인문학전공을 배우는 게 맞는 걸까? N잡러 시대에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생을 해도 될까? 누가 답 좀 알려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