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들이 그들의 결혼 소식을 알릴 때, 나는 항상 그들에게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뭐야?"라고 묻곤 했는데, 막상 나도 그 질문에는 명확히 답을 할 수 없었다. 다만, 이 사람을 만난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그가 보여준 면면들이 쌓이고 쌓여 결혼을 생각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을 뿐. 함께 있을 때 가장 편하고, 재미있는, 오래도록 질리지 않을 이 사람과 가정을 만든다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하면 미혼여성들은 보통 "우와아~"하며 모든 낭만적인 것을 떠올리고는 하지만 결혼을 3주 앞두고 먼저 신혼집에 내 짐을 옮겼던 날, 놀랍도록 로맨틱한 무드가 빠져나가고 묘한 동지의식 같은 게 느껴졌다. '아 이 사람과 이제 한 평생을 같이 지내야 하는구나'
며칠 가지 않았지만, 이제 이 가정의 공동 가장으로서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안 먹던 홍삼액을 쪽쪽 짜 먹고 출근을 했다. 내 손으로 고른 가구와 가전을 집에 들여놓고, 오늘 저녁에 먹을 음식을 사고, 화장실에 휴지도 갈면서 우리가 이 가정을 오롯이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에 묘한 기특함이 올라왔다. '경제학이 말하는 경제주체로서의 가계를 내가 꾸려냈구나.' 하는 뿌듯함.
또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는데, 특히 나는 유부 선배들의 '너도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그 눈빛들이 신기했다. 우리가 수능을 보러 가는 고3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짠한 마음과 무한한 격려를 보내듯, 앞서 결혼이라는 세리머니를 끝내고 삶으로 살아내고 있는 선배들은 나 또한 그런 마음으로 보며 축하해주었다. 취직 후 첫 출근길에 역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인파가 더 이상 한 뭉텅이의 사람들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노동자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일을 하고 그 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로 그제야 나에게 인식된 것처럼. 이제 나도 결혼하는 이들을 향해 그런 눈빛을 보낸다. 무한한 응원과 행복을 바라는 눈빛을.
고작 결혼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새댁의 결혼 일기.
그 수많은 선배들을 이어 나도 그대도 따뜻한 가정을 이루어가기를.
덧붙여, 생각만 해도 손이 차가워지는
수능을 앞둔 그대들에게도 무한한 격려와
따뜻한 응원을 듬뿍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