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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 Sep 08. 2023

잠 효진

학창 시절 시작된 잠의 일대기

내 고등학교 시절 별명은 잠효진이었다. 원래의 성씨를 빼고 새로이 얻은 '잠'씨.

수업시간마다 졸기 일쑤였고, 선생님들은 나를 깨우다 지쳐 포기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수업 시간에 자는 것을 이상하다 생각하고 유심히 관찰해 결과를 도출한 후 내놓은 논문을 아직 본 적은 없다. 거의 모든 잠에 관한 논문은 밤과 연관되어 있거나 어떤 질병과 연관되어 있다.라고 어림짐작 해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비염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이에 대해 “비염 증상으로 구강호흡을 하게 되면 수면호흡장애와 불면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구강호흡으로 인한 불안전한 호흡 때문에 수면 시 자주 깨는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증상이 계속되면 입면장애, 잦은 각성 등 불면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0/30/2020103001756.html

2020.10.30."  


헬스조선 출처.


그렇다. 당시에는 아빠가 보던 내가 싫어해 마지않는 조선일보를 펼쳐 헬스면을 살펴보거나, 지나가는 뉴스를 히치하이킹으로 잡아보거나, 조는 학생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 의사를 만나보길 권유하는 선생님이 없으면 그냥 모르고 지나갈 일이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이것만 알았어도 재수는 안 했을 텐데... 하고 구시렁거릴만한 거리가 생겨버렸다.


어쨌든 나는 항상 겨울을 중심으로 비염을 달고 살았고 누군가 내 수업 중 졸음 시간과 빈도를 기록했다면 아마 그래프는 계절별로 보면 겨울에 최고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오고 일일주기로 보면 점심시간 후의 수면 시간이 가장 길며, 행동은 아마도 엎드려 머리를 파묻은 자세가 주를 이뤘을 것이다. 행동 종류를 살펴봤다면 차마 엎으리지 못하고 머리만 숙여 머리카락으로 눈을 가린 자세(이마저도 아마 곧 행동이 무너져 탄로 났을 것이지만),  꼳꼳이 머리는 들었지만 눈만 스르르 감긴 채 앉아 있는 자세(선생님의 관찰력에 달린), 아예 한쪽 팔에 머리를 대고 책상과 가장 밀접해진 자세 등이 있을 테다.


이렇게 다양한 자세를 선보이는 나에게 친구들이 '잠'씨라는 성을 붙여준 건 일종의 '수면왕'이라는 왕관이었다. 고 생각했다. 그 성이 그렇게 싫진 안 않다. 오히려 좋았다. '얘는 원래 많이 자는 애'라는 것을 오명이 아닌 일종의 '인정'으로 생각했다. 나 말고 '잠' 성씨를 부여받은 또 다른 친구는 남자 친구였다. 느긋한 성격에 키가 자그마한 아이였는 데, 그 친구의 행동 패턴은 주로 '엎어져 자기'였다. 눈에 잘 띄는 덕분에 그는 선생님들의 레이다망에 먼저 감지되었고 나는 두 세 분단 떨어진 자리에서 동료가 꾸지람을 들을 동안 마치 한 번도 졸지 않은 척하는 위장 행동을 보일 수 있었다. 그 친구와 짝이 된 적이 있는 데, 너무 눈에 띄어 금방 잡아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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