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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모 Jul 13. 2022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호불호 엇갈린

    

[유진모 ybacchus@naver.com]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를 연출한 샘 레이미가 다시 MCU에 와서 연출한 최근 페이즈 4의 하나이다. ‘이블 데드’ 트릴로지로 유명한 레이미답게 호러와 유머를 적당히 버무려졌는데 기발한 착상과 오마주에 대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기괴함이 변별성이다.  

   

궁지에 몰리자 제가 보호하던 한 소녀에게 비겁한 짓을 저지르려다 죽는 악몽에서 깨어난 스티븐(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아직도 미련이 남은 옛 동료 크리스틴(레이첼 맥아담스)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그러나 밖이 소란스러워 뛰쳐나가니 거대한 문어 괴물 가르간토스가 꿈에서 봤던 그 소녀를 추적하면서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때마침 나타난 웡(베네딕트 웡)의 도움에 힘입어 가르간토스를 제압한다. 소녀는 멀티버스를 옮겨 다니는 초능력을 지닌 아메리카 차베즈(소치틀 고메즈)로 다른 차원에서 왔다. 스티븐의 꿈은 다른 멀티버스에서 벌어진 실화였고, 아메리카는 제 능력을 빼앗으려는 악마를 피해 도망 다니며 악마를 제거할 비샨티의 책을 찾고 있다.     

그 증거로 스티븐의 꿈속에 나타났던 디펜더 스트레인지의 시체를 보여 준다. 두 사람은 아메리카를 보호하기 위해 카마르 타지로 데려간다. 스티븐은 도움을 얻기 위해 다크 홀드(흑마법)에 대한 지식이 강한 완다(엘리자베스 올슨)를 만난다. 하지만 그녀는 두 아들과 함께 사는 다른 차원으로 가고자 아메리카를 노리고 있었다.     

카마르 타지로 돌아간 스티븐은 마스터들에게 악마가 스칼렛 위치로 변한 완다였음을 밝히고 전투태세를 갖추지만 완다는 힘들이지 않고 초토화시킨다. 일촉즉발의 순간 아메리카는 스티븐과 함께 838 지구로 이동한다. 둘은 그곳 생텀에서 소서러 수프림이 된 모르도(치웨텔 에지오포)를 만나지만 그의 약물에 의해 구속되는데.     

OTT ‘완다비전’을 안 봤거나 ‘이블 데드’가 재미없는 관객에게는 다소 의아하거나 불편할 수도 있다. 완다는 일찍 부모를 잃고 쌍둥이 남동생 피에트로와 함께 하이드라에 의해 초능력자가 되었다. 다행히 어벤져스에 합류하지만 소코비아 전투 때 피에트로가 사망한다. 또 사람이 된 비전과 사랑에 빠지지만 타노스에게 잃는다.     

‘완다비전’에서 완다는 웨스트 뷰라는 곳에서 비전과 결혼해 두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설정된 바 있다. 이 작품에서 완다는 두 아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꿈을 꾸다가 깨고는 한다. 이미 ‘완다비전’에서 다크 홀드로 마녀가 된 그녀는 838 지구로 가서 그곳의 완다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 행복을 찾으려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메리카를 희생시켜 그 능력을 흡수해야 하는 것. 838을 지배하는 세력은 일루미나티이다. 모르도를 비롯해 사후공(사자후)의 블랙 볼트, 판타스틱4의 리더 미스터 판타스틱, 838의 캡틴 마블, 838의 캡틴 아메리카인 캡틴 카터, 그리고 엑스맨의 리더 프로페서 엑스가 중심인데 울트론들을 부리고 있다.     

이 작품은 MCU의 세계를 가능한 한 많이 포함시키는 한편 ‘이블 데드’의 오마주까지 삽입하는 등 레미이 특유의 호러&판타지 세계를 폭넓게 펼치고 있다. 더 나아가 저우싱즈의 ‘쿵푸 허슬’이 보여 준 고금(중국 전통 현악기)을 이용한 고탄고금을 차용한 하프 무술과 사후공(사자후) 같은 소리를 이용한 공격 마법까지 보여 준다.     


838로 간 지구의 스티븐이 지구에 있는 디펜더 스트레인지의 시체를 깨어나게 해서 완다와 대결할 때 악령들을 레비테이션 망토처럼 활용하게 만드는 시퀀스는 좀비 영화와 더불어 레미이 특유의 호러 세계를 차용했다. ‘이블 데드’를 연상케 하는 시퀀스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레이미 마니아에게는 무척 반가울 듯.     


어벤져스 때의 스티븐은 타노스를 막기 위해 독단적인 행동을 저지른 바 있는데 838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금지된 다크 홀드의 힘으로 비샨티의 서를 입수함으로써 타노스를 물리쳤지만 그 대가로 서로 다른 두 우주가 서로 충돌하는 인커전을 일으켰다. 인커전이 일어나면 두 세계 모두 혹은 적어도 하나가 완전히 파괴된다.     


그래서 일루미나티는 스트레인지를 처형하기로 결정했던 것. 드림 워킹은 다른 우주(차원)에 있는 자신의 도플갱어에게 빙의하는 마법. 서로 다른 우주에서 스티븐과 완다가 싸울 수 있는 게 바로 드림 워킹 덕. 이 작품은 제목과 달리 완다가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의 고통과 행복 추구 의지가 기저와 주축이다.     

어벤져스 중 가장 트라우마가 심한 인물이 완다. 오죽하면 슈퍼 컴퓨터-슈퍼 히어로-사람으로 변신한 비전과 사랑에 빠질까! 그래서 다크 홀드의 어두운 마법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 속에 두 아들을 창조해 내었다. 그건 다른 차원에서 현실로 이루어졌고, 그마저 제가 독차지하려 다크 홀드를 사용한다.  

   

이는 관객에게 ‘과연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죄 없는 사람을 희생시켜서까지 차지하는 게 과연 올바른 행복인가?’라는. 거의 모든 영화가 웅변하는 이성과 정의의 인식론이다. 그건 독단적인 행동을 일삼는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인물에 대한 인식론이기도 하다. 타노스는 타나토스(죽음의 신)에서 빌렸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된 스티븐은 시간을 의미한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의 그의 활약이 증명한다. 즉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이다. 크로노스는 객관적, 타의적 시간을 의미한다. 모든 걸 이기적인 관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완다와 달리 스티븐은 초월적 객관적, 이타적 관념에서 문제를 처리하고 해결해 낸다. 시간의 초월!     


전편에서 그는 초월적 존재인 도르마무를 타임 루프를 이용해 통제한 바 있다. 아메리카 차베즈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모든 우주에서 자기 단 한 명뿐이라고 말한다. 부모가 아니라 모모이다. 별이 새겨진 재킷을 입었다. 레이미는 스페인계이거나 라틴 문화를 좋아할 것이다. ‘오직 단 하나의 지배국 미국’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부모가 어머니 두 명인 것은 페미니즘 혹은 성 소수자 응원의 의미. 쿠키 영상에서 스티븐에게 다크 홀드의 후유증이 드러나고, 새로운 여성 히어로가 등장하는 것은 레이미가 3편의 메가폰을 잡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뿐만 아니라 닥터 스트레인지의 우주관이 더욱더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까지 품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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