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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렁 May 23. 2022

제3의 장소

6장 메인스트리트

최근 읽은 '제3의 장소'라는 책 중 6장 메인 스트리트에 관한 내용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저자가 연구한 마을의 가칭인 "리버파크"의 예시를 통해 메인 스트리트가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는 소도시의 특징을 설명하였다.


남녀노소 모두가 이 마을의 메인 스트리트를 자기 집 앞마당처럼 생각했고, 길지 않은 거리였지만 야외에서건 실내에서건 여기저기 제3의 장소에서 교류가 자주 이루어졌다. 동네 소문을 듣고 싶어서든, 아니면 단순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든,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잠시 빠져나오고 싶은 욕구가 마을을 산책하는 것만큼이나 쉽게 충족되었다. p129


 텔레비전이 등장하기 전, 집은 오락의 장소가 아니었다. 따라서 주민들은 서로를 새로움, 다양성, 즐거움의 원천으로 삼아 함께 대화하고 서로 장난을 치고 좋고 나쁜 일에 공감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렇듯 표현의 자유와 서로 장난을 칠 수 있는 긴밀한 분위기, 그로 인해 많은 '괴짜'들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 소도시의 특징이며 이러한 요인들이 주민들을 동네에 머물고 집 밖으로 나오게 한다는 것이다.




휴먼스케일


720명은 여러 기준에서 볼 때 분명 적은 인구지만, “공생사회”를 만들거나 친교 기능을 최대한 충족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인구는 넉넉하게 웃돈다. 친교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충분히 크면서도, 분열을 피할 수 있을 만큼 작았다. p 131


리버파크에서 제3의 장소가 활발해지는데 기여한 하나의 요인은 지역 공동체의 크기이다.
공동체의 규모가 인간 기억력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아서 교류가 쉽고, 삶의 수준이 비슷하며 결혼 유무, 종교, 등으로 분열을 겪지 않았다.

마을의 규모 또한 눈과 다리의 한계도 벗어나지 않는다. 마을의 어디든 걸어갈 수 있고 상업시설은 대부분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붙어있어 주민들끼리 마주치기도 좋다. 이 부분을 읽으며 지금 사는 지역의 메인스트리트가 떠올랐다. 퇴근 후에는 직장 사람들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 밖을 나서면 마주치지 않을 수 없다.




메인 스트리트의 분위기



리버파크에서는 교류가 특정 술집이나 커피숍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여기저기에서 일어났다. 이러한 이유에서 메인 스트리트에 있는 특정 장소들만이 아니라 메인 스트리트 자체를 제3의 장소라고 불러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대도시 보행자의 종종걸음은 꼭 도시 생활의 분주함 때문이라기보다 보도를 공유하는 다른 사람들과 연루되지 않고 싶어 하는 속내를 담고 있을 때가 많다.
-중략-
리버파크의 사람들은 아무런 경계심도 없고 오히려 기대감에 찬 얼굴로 천천히 걷는다. 멈추어 서서 인사를 나누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일이 생기기를 기대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람이니 말을 건네지 않을 수 없기도 했지만, 잠시 잡담을 나누면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p132


주민들은 특정 목적지보다는 업타운(uptoun)에 간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업타운으로 간다는 말은 거기에서 볼일을 본다거나 특정 장소에 간다는 뜻 외에 다른 사람들과 교류한다는 뜻을 포함했다. 사람들은 사교를 위해 메인 스트리트에 갔으며 대도시의 보행자와는 그 태도가 다르다. 가게 앞 계단이나 벤치, 야외 좌석을 통해 건물 안과 밖은 이어지고 모임의 장소가 되었다.


대도시 상인들과 달리 그들에게는 실질적으로 고객을 선택할 권한이 없었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가게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의 구미에 맞추어주어야 했다. 돈을 내지 않는 손님이나 궁핍한 손님이라고 거부하면 당사자는 물론, 그 손님의 친구들까지 가게를 찾지 않을 위험이 있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 망할 수도 있다. 또한 대개 가게가 한가했으므로 아무도 없을 때에는 그런 손님이라도 환영받았다. p133


소도시의 특징으로 인해 농산물 매장, 병원, 이발소 등 특정 목적으로 운영되는 상점 또한 주민들의 수다 장소로 활용되었다. 시간을 때우러 오는 공짜 손님과 가게 주인, 진짜 손님이 서로 아는 사이이고, 남의 가게를 쉼터로 사용할 때의 에티켓을 체득하였기 때문에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렇듯 소도시의 메인 스트리트는 사교와 영업이 하나로 결합된 형태로 사람들의 교류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리버파크 또한 공식적인 교제 장소가 따로 필요하지 않았으며 상업적인 오락장소 없이도 스스로 즐거움을 만들고, 지역공동체의 결속과 협동을 강화할 수 있었다.




활동거점



메인 스트리트 전체가 제3의 장소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핵이라 칭할 수 있는 장소가 존재한다.


바커는 이를 ‘핵심 장소’라고 불렀고, 벡텔은 행동의 ‘거점'이라고 지칭했다. 그들의 정의에 의하면, 한동네 혹은 한 지역사회의 핵심 장소란 다른 어느 곳보다 지역 주민을 만나기 쉬운 곳을 말한다. 그 장소는 가장 다양한 주민들을 만족시키며, 상업적인 장소라면 가장 손님이 많은 곳이다. 동네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므로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해 알고 싶을 때 가는 곳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모든 일의 중심’이다. p135


리버파크에서는 이러한 핵심 장소가 '버트럼 드러그스토어'였다.

- 지역의 중심에 위치, 공평한 접근성

- 중요 기능들이 그 안과 주변에 있음

- 손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상관없음

- 아이들과 어른들이 섞여 놀이를 할 수 있음

- 소다수 판매대에서 남녀노소 모일 수 있음


특히 버트럼의 소다수 판매대의 예를 들며 청소년 공간의 주요 요인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 장소가 마을의 정중앙에 있어 어디서든 비슷한 시간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하며 어른들도 방문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코올 없는 바의 역할을 하며 어른과 아이들이 자리를 나누는 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서로 섞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 밖의 제3의 장소


마을의 거점 외에도 다양한 모임과 활동을 즐길 장소가 여럿 존재하였다.


피의 양동이 (3.2 조인트, 식사를 제공하거나 카페 같은 곳)

  청소년이 어른이 되었음을 상징하는 곳으로 시합 후 승리를 축하하러 오기도, 데이트를 하거나 가벼운 내기를 하러 오는 곳
자원봉사 소방대, 스포츠 팀 후원자 클럽

   활발한 시민단체

햇빛 클럽

  메인 스트리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구경하고 논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탄생한 모임.

거짓말쟁이 클럽

 특송업체 사무실에 자주 모이며, 어릴 때부터 알고 지네 서로 거짓됨이 없는 노인들의 모임

우체국

  과거에는 사업장이나 거주지까지 우편물이 배달되지 않아 우체국에 직접 찾으러 가야 했음. 그래서 만남의 장이자 잠시 쉬어가는 장소가 됨



확신하건대, 활기를 유지시키는 열쇠는 메인 스트리트에 있는 장소를 방문하는 사람의 대다수가 혼자 와서 친구를 찾으려 한다는 사실에 있었다. 현재 지역공동체가 이루지 못하고, 그리하여 현대인이 삶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특징이다. 지금은 혼자 들를 만한 장소를 찾고, 거기에서 좋은 친구들을 발견할 확률이 매우 낮다. 어딘가에 가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면 애초부터 친구와 함께 가야 한다.  p 139


이렇듯 메인 스트리트에는 다양한 제3의 장소가 모여있고 제각각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애쓰지 않아도 혼자 놀거리와 친구들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교류에 대한 본능적 욕구를 일상적으로 충족할 수 있었으며 지루함이 끼어들 틈이 없다.




 새로운 형태의 메인 스트리트?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도시와 메인 스트리트에 대한 기억과 사례들은 흐릿해졌고,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쇼핑몰이라는 형태로 재탄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쇼핑몰은 평온하고 기분 좋은 환경으로 가꾸어져 있으며, 낯익은 사람들 사이에서 산책할 수 있는 장소이다. 또한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있고, 새로운 산책로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특징은 외형에 지나지 않으며, 쇼핑몰의 실체는 전쟁 전의 소도시나 메인 스트리트에 비해 척박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쇼핑몰의 목적은 교류가 아닌 판매에 있으며, 쇼핑객은 환영하지만 빈둥거리러 오는 사람은 환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윤을 위한 장소는 친구를 위한 장소가 아니며, 쇼핑몰의 궁극적인 목표는 판매일 수밖에 없다.  
p142



쇼핑몰은 메인스트리트와 달리 모르는 사람으로 가득하며, 이용할 수 있는 시간보다 이용할 수 없는 시간이 더 많고, 메인 스트리트와 달리 저녁 시간을 즐기러 쇼핑몰에 갈 수 없다. 또한 게임을 하거나 천천히 식사를 하며 어울릴 수 없다. 즉 "필요에 따라 서로 상호작용을 하기는 하지만 서로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공동체 의식이 없는 장소"라는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작은 마을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따분한 오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소도시 생활에 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소도시 사람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작은 사건들에 강한 관심을 갖는데, 이는 지루함에 대한 내재적 저항감이라고 할 수 있다. p143


소도시에는 '지루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며 교류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서로를 즐겁게 하고 때로는 깨우침을 주는 인간의 역량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소도시는 작은 규모로 주민들이 서로를 잘 알며, 걸어서 모든 곳에 갈 수 있다. 그렇기 문에 사람들은 특정한 목적보다는 사교생활을 위해 메인 스트리트에 갔으며, 가게 앞 계단이나 벤치, 야외 좌석 등에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가능했다. 심지어 특정한 목적을 지닌 가게도 진짜 손님과 수다를 위해 어슬렁 거리는 손님이 섞여 제3의 장소로 기능한다.


 이러한 메인 스트리트에도 활동 거점이 존재하여, 모든 마을 사람들이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고 남녀노소가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다. 그밖에도 다양한 성격의 제3의 장소가 메인 스트리트에 분포하여 애쓰지 않아도 혼자 놀거리와 친구들을 찾을 수 있어 교류에 대한 본능적 욕구를 일상적으로 충족할 수 있었다.


  현대 대도시의 쇼핑몰은 상점이 줄지어있고 사람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소도시의 메인 스트리트와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쇼핑몰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며 공동체 의식이 없어 사람들이 교류할 수 없다. 소도시에는 쇼핑몰에는 없는 '지루함'이 있어 메인 스트리트에 모여 사람들끼리 관심을 갖게 하고 교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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